최근 국내 커피시장은 새로운 커피족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맛과 향을 꼼꼼 살펴 마시는 소비자층이 그들이다. 이것은 최근 몇년간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인구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커피비평가협회(CCA)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구청장 나진구)의 자치프로그램으로 면목4동주민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후 자격검정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증을 취득한 바리스타만 약 1,5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랑구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커피를 배우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바리스타의 길을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커피의 맛과 향을 알아버렸다.
바야흐로 주는대로 마시고, 소문난 카페를 찾아 이리저리 유랑하던 커피 노마드시대에서, 소비자가 맛있는 커피를 선택하고 직접 만들고 맛과 향을 평가하는 커피 주권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기준이라면 이전에는 가격이 저렴한가? 이름이 알려진 프랜차이즈인가? 카페의 접근성은 용이한가? 와이파이가 있는가?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는가? 의자와 탁자가 편리한가? 공간이 넓어 대화하기에 불편하지 않는가? 종업원의 인상과 친절도는 어떠한가 등이었다.
사실 지금도 위와같은 사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조건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좋아도 커피 맛이 너무나 떨어지고 맛이 없다면 점차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맛집을 찾아 소비자들이 이동하듯 커피 소비자들은 좋은 커피를 찾아 이동한다. 이미 소비자들이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를 구분할 수있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카페나 커피 프랜차이즈업계의 선폭의 폭은 크지않다. 소비자들이 좋은 커피를 좇아 나쁜 쪽에서 좋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국내프랜차이즈 커피업계는 이미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출 생각도, 의지도 없어보인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스페셜티 커피를 매장에 도입하고 나이트로 커피와 같은 신제품을 판매하는 등 약간의 변화를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결국 커피값만 높여 이익을 증가시키려는 꼼수로 보일 뿐 소비자를 위한 배려는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커피시장은 훌쩍 커진 커피소비자들의 수준을 고려해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소비자를 배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한다는 명목으로 슬쩍 커피가격을 올릴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이익은 약간 감소하더라도 가격은 낮추되 커피의 원두는 더 좋은 것으로 사용하는 운영의 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지혜로운 일일 것이다.
단순비교로도 국내의 프랜차이즈카페의 커피값이 옆나라 일본보다 1.5배이상 비싸다. 도쿄의 경우 레귤러 아메리카노(s)의 가격은 대개 2~300엔으로 한국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커피원두는 국내 것과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는다. 공급되는 원두의 가격이나 질에 있어서 더 비싸고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소비자를 무시하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이제 좋지 않은 저가의 원두를 사용해서 이윤을 극대화 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좋은 커피로 승부해야하는 진검승부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누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 누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승리할까? 같은 가격이라면 보다 좋은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가 될 것이 분명하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