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국내 업체 상표를 미리 중국에서 신청해 선점한 뒤, 중국에 진출하는 업체에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상표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표브로커들의 브랜드 로고 선점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설빙과 치르치르 등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로고와 서체를 유사하게 베낀 가짜 업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들은 국내 기업 상표를 모방해 중국 내에서 먼저 출원한 후, 유사성 등을 이유로 상표 출원이 거절될 경우 거절 결정에 대한 불복 소송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상표 등록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더라도 소송 도중에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상표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려 국내 업체와의 흥정을 진행하는 형태다.
이들은 선점한 상표를 본 상표권리자인 국내 업체에 중국 돈으로 3만 위안, 우리 돈으로 500만원에 구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브로커는 상표 구매 요청 메일을 통해 “(자신은) 사비를 들여 한국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이의신청이나 무효소송을 하더라도 1년 이상 시간이 걸리며 상표를 가져간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500만원이라는 적은 돈이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들이 상표를 선점할 경우 이의신청이나 무효소송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비용과 시간에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한다는 점이다.
만약 국내에서 상표를 출원한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태에서, 그보다 늦게 브로커가 중국에서 상표를 출원했다면 조약우선권 혜택에 의한 선출원주의 원칙상 이의신청이나 무효소송 청구를 통해 선점당한 상표를 무효화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에서 본래 상표권리자인 업체가 상표를 등록한지 6개월이 지났고, 이후 중국에서 브로커가 상표등록에 성공해 권리화가 이뤄진 경우에는 이의신청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무효심판 소송을 통해야만 브랜드에 대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으며 비용과 시간 손해가 막심하게 된다.
특히 무효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브랜드에 대한 등록이 1년간 금지돼 피해는 더욱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브로커가 선점한 상표를 중국 내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 먼저 프랜차이즈를 사업한 중국 사업자가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를 ‘짝퉁’ 이라면서 중국 법원에 소송하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회원사를 보호해야하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피해사실에 대한 취합도 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브로커에 대한 파악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 브로커 선점에 의한 피해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소관”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이어 회원사의 피해사례 취합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회원사 피해사례는 따로 취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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