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㊺] 커피를 사랑한 생 텍쥐베리, 그리고 어린왕자

[최우성의 커피소통㊺] 커피를 사랑한 생 텍쥐베리, 그리고 어린왕자

기사승인 2017-06-22 10:52:40

어린왕자(Le Petit Prince)는 프랑스의 작가 공군조종사이자 작가인 생 텍쥐베리(Antoine de Saint-Exupéry)가 미국에서 1943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출판업자인 유진 레이날(Eugene Reynal)이, 작가가 냅킨에 그린 아이 그림이 동화의 좋은 주제가 될 것 같다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간혹 위대한 작품이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 시작하기도 하듯, 이 작품도 냅킨에 그린 사소한 낙서에서 시작된 셈이다.

작품 ‘어린왕자’를 집필할 때 생 텍쥐베리는 뉴욕에서 기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롱아일랜드의 Asharoken이란 마을의 하얀 삼층집의 셋방에서 살았는데. 그때 그는 글의 영감을 얻기 위해 커피와 담배의 힘을 빌려 자주 밤을 샜다고 알려지고 있다. 아마도 그는 밤의 적막과 함께 커피와 담배를 무척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 중에서도 깊은 밤 그를 깨어있게 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하며, 글을 쓰도록 지탱했던 힘은 카페인의 힘이었다. 

20세기 프랑스의 파리는 집회의 허가를 받으려면 무척 까다롭고 어려워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래서 파리의 지식인들은 카페에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종종 토론을 나누었는데, 특히 파리의 작가들이 카페를 애용했다고 한다. 카페는 정치와 철학이 논의되고 문학이 창작되었으며 예술적 아이디어와 영감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레닌과 엥겔스가 카페에서 자기 사상을 완성했고, 카뮈가 '이방인'을 썼으며, 사르트르와 생텍쥐페리, 헤밍웨이는 그들의 생각을 글로 옮겼다.

이처럼 커피는 20세기 초반 예술가들이나 작가들에게 잠을 이기고 깨어 글을 쓰게 하는 활력소가 되었다. 그런데 이 모습은 커피의 초기역사 당시 이슬람 수피교 수도승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 그들도 잠을 자지 않고 자신들의 신과 깊은 교감을 얻기 위해 커피의 힘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생 텍쥐베리는 1920년 징병으로 공군에 입대, 1922년 면허를 딴 이후에 많은 비행을 했는데, 1926년부터는 정기 우편 비행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야간비행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당시 야간비행은 당시에 비행기 조종사들에게는 그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한다. 현대과학의 도움을 받는 오늘 날과는 달리, 모든 것을 조종사의 직관에만 의지해야 했던 시절에 야간비행은 목숨을 거는 일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1918년 프랑스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용감한 한 비행사가 야간비행에 성공한 이후, 북 아프리카, 남미까지 항공우편 야간비행의 길이 열렸는데, 생 텍쥐베리도 이 노선을 비행한 비행사 중 하나였다. 그는 이때의 야간비행경험을 토대로 두 번째 책인 ‘야간비행’을 썼다. 야간에 밤바다를 비행하는 것은 밤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조용하고 고독한 밤을 사랑했다. 그는 그의 책 ‘야간비행’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밤은 어두운 연기처럼 피어올라 벌써 계곡을 메웠다. 계곡과 평야는 이제 구별이 되지 않았다. 마을은 벌써 불을 밝혀 별자리처럼 반짝임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외롭고 고독한 야간비행을 떠날 때에 그의 동반자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의 평생의 동반자이며 잠을 몰아내 주는 커피가 아니었을까? 그의 책에는 남다른 아름다운 시어(詩語)들로 가득 차 있다. 반짝이는 문장들은 마치 커피 속에 숨겨진 천여가지의 향기(Aroma)처럼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책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막여우가 한 말도 필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만약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 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생 텍쥐베리, 그는 자신의 애기(愛機)를 타고 마지막 비행을 떠난 뒤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엇갈린다. 어떤 이들은 그가 독일군 비행기에 격추되었다고도 하고, 그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가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것이 맞다”고도 한다. 

마치 자신의 소설 속 어린왕자가 별을 떠난 것같이 생 텍쥐베리는 1944년 7월 31일 지중해 상공에서 지구별을 떠났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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