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소설 날개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커피가 좋다.“
'이상'은 본명 김해경으로 1910년에 태어나 1937년 27세로 요절한 천재작가이다. 그는 커피를 좋아했다. 단순히 커피를 좋아했던 것을 넘어서 직접 다방을 창업해서 운영하기도 하며, 건축가이기도 했던 그는 의도했든 아니든 다방을 설계하고 창업 단계에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창업 컨설턴트의 일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섰던 때문인가, 그는 다방운영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는 먼저 요양(療養)시절에 만났던 ‘금홍’이라는 기생을 마담으로 삼고 집을 팔아 1933년 7월에 종로 1가에서 ‘제비다방’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 여 만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인사동에 카페 ‘쓰루’, 광교다리 근처에 ‘69다방’, 명동의 ‘무기다방’ 등을 잇달아 열었다. 하지만 시작도 못하거나 망해서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다방을 처음 시작한 것은 일본인이었다. 1930년대 들어 충무로 2가 큰길에 일본의 아카다 지점으로 다방이 처음 문을 열렸고, 같은 동네에 ‘명과’라는 일본 제과점이 홍차나 커피도 함께 팔다가 차츰 커피 맛을 찾아 모여드는 손님 때문에 다방으로 변모하였다.
이곳이 당시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끌자 건너편에 '금강산'이라는 다방이 생겨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두 다방은 모두 일본인이 경영하던 곳이었다.
조선 사람으로 국내에 다방을 최초로 시작한 사람은 동경미술대학을 졸업한 조각가 이순석이다. 그는 조선 호텔 건너편에 ‘낙랑팔러’라는 다방을 오픈했다. 이곳에는 문학가인 정인택, 이상, 박태원등과 함께 극예술 연구회 사람들, 화가, 영화인등 젊은 지식인들이 모여들어 장안에 화제가 되었다.
이 ‘낙랑팔러’를 시작으로 서울 곳곳에 다방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상'도 그 창업자들 중 하나였다. '이상'은 다방운영에 실패한 후에,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당하는데다 일제 압제하의 암담한 국내 상황으로 인해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일본 유학을 계획하고 아내 보다 먼저 동경으로 떠났다. 하지만 일본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령선인(不逞鮮人)이라는 이유로 일경(日警)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다. 한 달 여 만에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되어 석방되기는 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동경대 부속병원에서 2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문학가 '이상'은 우리나라 문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소설 '날개'와 시 '오감도'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하지만 카페 주인 '이상'은 실패를 거듭했다. 그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그는 당시에 괴짜로 통할만큼 남들과 다른 예술적인 감각이 있었다. 유행에도 민감하고 시대를 읽는 선구자적 혜안은 있었지만, 그는 커피 전문가도, 전문 경영인도 아니었기에 그것만으로는 다방운영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제비다방의 주 고객은 '이상'처럼 가난한 문인들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면, 이들 중 제때 돈을 내고 커피를 마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수입이 없으면 그것은 곧바로 임대료 압박으로 이어진다. 제비다방은 월세로 얻은 가게였다. 자금이 돌지 않는 상태에서 월세의 압박을 받으면 어느 누구도 견딜 수 없다. 오늘날처럼은 아니라도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농담이 그때도 통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커피를 좋아했던 이상은 소통의 도구로 다방을 창업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엄청난 경제적 압박이 이어졌다.
카페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출발점은 대부분 단순하다. 커피를 좋아해서 한번 카페를 창업해볼까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페를 시작하는 순간 우려가 현실이 된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카페를 창업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면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카페를 창업한다는 사람을 보면 일단은 말리고 본다.
혹시 지금 카페를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스스로 점검해 보면 좋겠다.
"나에게 제대로 된 전문적인 커피지식이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커피를 좋아하는 차원은 아닌가?" "경영 마인드나 카페운영의 노하우가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남들처럼 카페 운영해보고 싶은 것은 아닌가?" 이런 것을 스스로 점검해보고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도전해도 좋지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일전에 모 방송국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앵커가 필자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그러니까 본부장님은 국내 커피 시장에 대하여 장미 빛 전망을 하시는군요?" 방송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라 더 이야기 할 수 없어 아쉬웠다.
우리나라 커피시장은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무조건 장미 빛은 아니다. 전문적 지식과 능력이 없어도 어느 정도 통했던 지금까지의 양상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전문 경영인의 마인드가 없으면 앞으론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과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