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무더위로 인해 배추가격이 폭등하면서 포장김치 수요가 늘고있지만 제조업체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원물가격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지만 가격인상을 단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8일 기준 전국평균 배추 소매가격은 한포기 기준 5657원으로 한 달 사이 122.9% 급등했다. 평년 대비 78.5% 높은 가격이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0% 이상 오른 수치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4일 기준 5401원보다도 256원 오른 가격이다. 더위가 극심했던 부산 대구 등 남부지방에서는 8000원대에도 거래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등에 따르면 중순 이후 출하가 확대되면서 가격이 상품 포기당 약 4000원대 후반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고랭지 배추 출하로 가격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10월 26일 기준 배추 한포기 평균 가격은 3480원으로 안정세를 찾았으나 전년 같은 기간 1980원에 비해 무려 75.8%나 높았다.
수급안정으로 4000원대 후반으로 가격 폭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전년 대비 38%, 2년 전보다 140% 이상 높은 셈이다.
여기에 고온과 집중 호우 등이 발생할 경우 고랭지배추 작황과 품위가 나빠질 경우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른 더위로 가격이 오르자 편의점 기준 포장김치 판매량도 평균 11%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배추 작황과 가격이 심상치 않자 대상, CJ제일제당 등 포장김치 제조업체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폭염으로 배추 가격이 폭등하자 소비자들이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에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링크아즈텍 기준 지난해 7월 포장김치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어났다. 8월은 23.6% 늘었으며 배추 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9월에는 30% 이상 늘어났다. 대상FNF 등 주요 제조업체 온라인몰에서는 포장김치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포장김치 매출 신장률도 40% 이상 뛰었다. 포장김치 성수기인 7~8월에도 18% 정도를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그러나 판매호조가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무더위로 작황이 나빠져 원재료 규격에 맞는 원물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더위로 인한 배추 무름병이 번지면서 원물 수요 자체도 어려움을 겪었다.
원물가격이 상승했지만 소비자시선을 의식해 제품가격을 인상할 수 없어 수익성이 악화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무더위가 계속돼 배추 원물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제조업체가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각 사 제품 규격에 맞는 배추 수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해 물량 안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추가격 인상으로 인해) 가격도 가격이지만 작황이 나빠지면 제품 규격에 맞는 원물을 구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미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가격인상과 관련된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어느 업체든 가격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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