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식 등 판촉행사 비용을 대형유통업체와 분담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정작 수혜자인 식품제조업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지난 13일 공정위는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정부 입법으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판촉비용은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분담하도록 법제화 돼있었지만 판촉에 사용된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에 대해서는 분담규정이 없었다. 공정위는 시식행사 등 인건비 비중이 큰 판촉행사에서 납품업체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2015년 이후 공정위에 신고 된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 건수 84건 중 부당반품·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등이 56건으로 66.7%나 됐다.
규제안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납품업체가 대부분 부담해온 대형마트·백화점 등 판촉행사 비용을 공동 부담해야한다.
특히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얻는 이익의 비율에 따라 인건비를 분담해야 하며 이익비율 산정이 어려울 경우 5:5로 분담하도록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등에 대해서는 특히 ‘3배 배상책임’을 부과해 납품업체 피해구제를 확대한다.
문제는 인건비 상승 부담을 지게 된 대형유통업체들이 시식행사를 줄이거나 아예 취소하게 될 경우 수혜자인 식품제조업체 역시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통상 납품업체가 져왔던 부담이 대형유통업체로 넘어갈 경우 시식행사가 위축되거나 오히려 대형유통업체 눈치를 살피게 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판촉행사 등으로 해당 제품은 물론 다른 상품 매출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큰 이익이 없을 경우 강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에 대한 명확한 선례가 없는 만큼 본보기를 피하기 위해 시식행사 등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식품 등은 소비자들이 직접 먹어본 다음에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시식행사로 인한 매출증대가 커 직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판촉행사 제품은 대부분 마트 매대 진열에서 노출이 많은 곳에 배치된다는 장점이 있어 식품업체로서는 포기하기 힘든 카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마트 시식 등이 소비자 대상 판촉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상대적으로 더 아쉬운’ 납품업체가 대형마트 눈치를 더 살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대형마트 등의 대응을 살피고 있다”면서 “마트 입장이 나와야 그에 맞춰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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