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살충제 계란 파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가 30여 년간 무살충제 원칙을 고수하며 닭을 키우는 농원을 소개했다.
파주시는 14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지정 가축유전자원(재래닭) 관리농장인 ‘현인농원’에 대해 “지금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 농원의 닭은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하며 계사에서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주시 향양리에 있는 이곳은 조상들이 기르던 우리 고유 재래닭을 복원 및 유지해 사람들이 재래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연구하는 농원이기도 하다.
파주시에 따르면, 2000~3000마리의 닭을 키우는 현인농원에서는 4~5㎡ 규모의 큰 계사에 10마리씩 나눠 키우고 토착균을 배양해 쌀겨 등을 발효시킨 후 사료를 먹이는 유기농법만 고집하고 있다. 사료는 기본 사료에 키토산, 맥반석, 활성탄, 목초액, 황토발효사료 등을 배합한다. 계사를 들어가는 사람에게도 살충제를 뿌리지 않고 목초액을 발에 적신 후 출입을 허락한다.
홍승갑(78) 현인농원 대표는 “야생 닭은 흙에 몸을 문지르는 행위, 즉 흙목욕을 통해 진드기를 제거하면서 1차 면역력을 가진다”며 “여기에 사육자가 조성하는 자연적 환경과 천연재료를 배합한 사료 등이 합쳐지면서 2차 면역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난 이후 현인농원은 예상치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 농원의 계란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이다. 현인농원은 현재 농원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유정란 예약 판매를 하고 있다.
홍 대표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재래닭의 색상 20여종 가운데 적(황)갈색, 흑색, 백색 등 총 15종을 복원했다. 특히 흑색 닭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현인흑계’로 등재돼 있다.
국내 살충제 계란 파동은 지난 7월 유럽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과 가공식품이 유통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내산 계란에서도 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총 1239곳 산란계 농장을 전수 검사한 결과, 52개 농장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친환경 농가 31곳, 일반 농가 21곳이며 이로 인해 친환경 인증 제도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농축산부에 따르면 전국 산란계 농가의 94%인 1370여곳 농가가 좁은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도식으로 연결된 케이지 내에서 닭은 걷거나 움직일 수 없으면서 닭의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각종 가축 질병과 AI까지 발생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파주시내에는 3000마리 이상의 산란계를 사육하는 농가는 총 16곳이 있으며, 전체 41만2400마리를 키우고 있다. 평균 1일 계란 생산량은 약 2만8000개로 산란율은 약 70%다.
파주=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