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모바일 영업 또 도마위…무리한 ‘앱팔이’ VS 정상 영업행위

시중은행 모바일 영업 또 도마위…무리한 ‘앱팔이’ VS 정상 영업행위

기사승인 2017-09-26 05:00:00

모바일,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시중은행도 관련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 금융 서비스 경쟁이 가열되자 일부 은행은 새로운 모바일 앱을 출시할 때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부여해 고객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측의 무리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영업 강요라는 입장과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소개하는 정상적인 영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A은행은 일반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모바일 금융앱(어플리케이션)설치 영업을 했다며 모 지역 WM(자산관리)센터장에게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은행은 1년 전에도 공개 장소에서 비슷한 모바일 앱 설치 영업을 하다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A은행 지역 WM(자산관리)센터장는 최근 e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된 자산관리 강의에서 해당 은행의 금융 모바일 메신저 ‘XX톡’을 설치하라고 한 후 “앱 깔으신 분에게 추천인을 불러드리겠다”면서 추천인에 해당 지점으로 입력토록 했다.

당시 강당에는 100여명의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자리에 있었다. 선수 대부분은 15세에서 20대 초반까지 비교적 낮은 연령대로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강의를 들었던 한 선수는 “뭘 하는지 몰랐지만 하라고 하고 다른 친구들이 하니까 어리둥절한 상태로 따라서 설치했다”면서도 “본인 동의 없이 무조건 앱을 설치하라고 해서 기분은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e스포츠 관계자는 “자산관리 교육이라고 해서 왔는데 고액 수입을 올리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영업에만 몰두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특히 미성년자에 상대로 해당 금융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A은행 관계자는 “강제로 설치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단체로 모바일 금융 앱에 대해서 설명하다고 보니,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때에 따라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은 좋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깔고 안 깔고는 고객의 자유다. 무리하게 할당하는 영업 행태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B은행도 최근 A은행의 금융 모바일 메신저와 유사한 기능을 탑재한 XX똑똑을 출시하면서 직원들에 할당을 부여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B은행은 경쟁 은행과 달리 추천 직원을 선택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은행 내부에서는 직원들에게 과다한 영업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B은행 직원은 “대출 등 기존 영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것저것 출시하면서 영업을 강요하긴 보다는 통합 모바일 앱을 출시했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모바일 금융앱 설치를 독려하는 것이 은행원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영업 행위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소개하는 것은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일부 직원의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어는 정도 목표치를 두고 열심히 영업한 사람들에게 성과 평가를 통해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RP(개인형퇴직연금) 등 금융 상품의 경우 불안전 판매와 같은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목표치를 정하고 영업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모바일 금융 서비스와 같은 앱설치 영업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소개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금융 거래도 온라인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하는 데, 은행원이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는 행위 자체가 업무 태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은행의 경우 올해 연말까지 모바일 금융 메신저 앱설치 목표를 600만으로 정하고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최근 유사한 앱을 출시한 B은행도 직원들에게 50~100개 정도의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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