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데블스도어, 수제맥주 제조 과정을 경험하다

[르포] 데블스도어, 수제맥주 제조 과정을 경험하다

물, 홉, 맥아, 그리고 효모가 빚어내는 맛과 향

기사승인 2017-11-05 12:00:00

평일 오전 11, 고속터미널역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푸드 데블스도어는 낯설었다. 보통 저녁시간에 방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천장이 유리로 이뤄져서 흐린 날임에도 채광이 잘 돼 매장 전체가 환했다. 아직 점심시간 시작 전이어서인지 손님들이 자리 잡은 테이블은 아직 없었다.

폐공장 인테리어를 따온 매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이층으로 올라섰다. 탁 트인 시야에 아래층 홀이 눈에 들어오고 왼편으로는 수제맥주들이 숙성·발효·보관이 이뤄지는 브루어리가 눈에 들었다. 2층 한 켠에 위치한 작은 방에서 전유광 외식팀장이 데블스도어와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이뤄졌다.


201411월 오픈 이후 3년간 데블스도어에서 판매된 수제맥주는 총 60, 370아이리쉬 잔으로 160만잔에 달한다. 동일 매장 기준 매년 10% 가량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올해의 경우 월 평균 5만잔이 판매되고 있다.

센트럴시티점 오픈 이후 데블스도어는 부산 센텀시티, 스타필드 하남 등에 매장을 열었다. 오는 12월에는 제주신화월드 내 4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이곳에서 일 평균 판매되는 맥주는 약 200정도며 주말 기준 가장 많이 팔렸던 날에는 8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유광 외식팀장의 설명을 마친 뒤에는 직접 수제맥주 제조 과정을 견학했다. 이날 견학은 오진영 브루마스터와 함께했다.

새로운 맥주 1종류를 만드는 데만 3~4개월이 걸리는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마음이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균일한 바디감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그 어떤 곳보다 청결하게 제조 시설을 관리하고 출고 전 관능평가와 종합 품질 테스트를 거치는 등 세심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오 브루마스터는 말했다. 

맥아의 경우 수확한 보리를 저장한 뒤 수분을 공급해 싹을 틔우는 발아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건조과정을 거친 뒤 세척과 포장과정을 거쳐 맥아상품으로 완성된다. 대부분의 브루어리와 맥주 제조업체의 경우 이 맥아를 제품으로 받아 사용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업체에서는 맥주 제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분쇄 과정부터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맥아의 분쇄는 맥주 종류에 따라 조절해 이뤄진다. 분쇄 정도에 따라 당화 수율과 여과속도, 탁도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쇄된 맥아는 당화과정에 들어간다.

당화란 맥아의 전분을 당으로 바꾸어 주는 작업으로 분쇄한 맥아를 물과 함께 불려 맥즙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기본 형태의 맥아의 경우 껍질에 둘러쌓여있어 당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아 짓이기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당화 작업을 마친 맥즙은 정화, 여과 과정으로 옮겨간다.

정화란 분쇄과정에서 보리와 껍질이 뒤섞여있는 것을 따로 나눠주는 작업을 말해요. 그리고 여과작업을 거쳐 순수한 맥즙만을 숙성하게 돼죠.”

완성된 맥즙은 산소와 효모를 투입해 알코올과 탄산을 만드는 숙성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발효는 통상 주 발효와 후 발효로 나뉘는데, 주 발효란 효모가 맥즙에 포함된 단분과 산소를 이용해 증식을 하는 것을 말한다. 후 발효는 효모가 맥즙에 포함된 산소 없이 당분만을 이용해 발효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발효는 다시 상면 발효와 하면 발효로 나뉜다. 상면 발효는 최근 수제맥주로 많이 알려진 에일, IPA 등을 말하며 하면발효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라거 맥주 제조에 사용된다.

발효기간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맥아즙의 당 농도와 효모 종류, 발효 온도, 맥아즙의 용존산소 함량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브루마스터의 레시피에 따라 맛과 향, 색이 차이가 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수제맥주의 맛이 결정된다.

숙성과정은 보통 2도 이내로 이뤄집니다. 발효가 이뤄지면 탄산과 열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이 온도를 잡기 위해서죠. 탄산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밀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맥주에 자연스럽게 맥주에 탄산이 배어들게 됩니다. 이 과정을 우리는 탄산을 입힌다라고 표현하는데, 보통 대부분의 대형 맥주 제조업체는 탄산을 인위적으로 입히곤 합니다. 엄청 큰 차이는 없지만 아무래도 미세한 차이는 나게 되죠.”

다음 과정에서부터는 홉을 투입하게 된다. 홉이란 맥주 양조에 사용되는 원료로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맥주에 입히게 되며 맥즙의 단백질을 침전시켜 제품을 맑게 하는 등의 여러 효능이 있다.


홉은 10도 이하의 냉장보관소에서 보관되고 있었다. 혹은 수확한 시점에서부터 경과시간, 보관상태에 따라 맥즙에 용해될 수 있는 알파산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관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데블스도어에서는 독일산 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많은 다른 대형업체에서는 호주산 홉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단가에서 차이가 좀 나죠. 그리고 홉이 워낙 작황에 따라 생산량이 들쑥날쑥하다보니 큰 업체들은 2~3년 단위로 계약재배를 해요. 저희 같은 소규모 업장에서는 그게 안되다보니 사실상 이 홉 구매가 원가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통상 당 많게는 7만원, 싼 홉도 2~3만원은 해요.”

홉은 당화-여과 과정을 거친 맥즙을 끓이는 과정에 투입된다. 다만 홉을 오래 끓일 경우 특유의 향과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0~20분 내의 정확한 시간만 끓인 뒤 분리과정을 거쳐 냉각기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서 온도를 낮춘 맥주는 각각 발효탱크로 이동해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에일 맥주의 경우 18도 온도로 보름, 라거의 경우 9도 온도로 한달 간의 숙성기간을 갖게 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수제맥주는 부산과 하남으로 보내지게 된다. 특히 부산의 경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 3회에 걸쳐 보내진다. 12월 오픈을 앞둔 제주점에서는 이곳의 맥주 절반, 제주 로컬 브루어리와 협업을 통해 지역 수제맥주 절반으로 카테고리를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론칭 3주년을 기념해 서울 센트럴시티점에서는 버번 위스키통에서 5개월간 숙성한 임페리얼 스타우트, 부산 센텀시티점에서는 바닐라 향해 캐스캐이드 홉을 더한 해운대 다크바이젠’, 하남점에서는 자몽과 레몬껍질을 첨가한 하남 페일에일을 선보인다.


견학을 마친 뒤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를 비롯해 하남점과 부산점에서 판매되는 하남 페일에일과 해운대 다크바이젠을 시음했다. 해운대 다크바이젠의 경우 스타우트보다 조금 더 묵직하고 강한 쓴맛이 돋보였으며, 하남 페일에일의 경우 자몽과 망고껍질로 인한 향과 독특한 쓴맛이 입가에 살짝 맴돌다 사라졌다.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크다는 오 마스터의 설명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시시각각 변화는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하고 제품에 즉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수제맥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수제맥주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데블스도어만의 맥주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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