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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버워치 리그의 첫 번째 프리시즌이 지난 7일부터 10일(한국시간)까지 4일에 걸쳐 진행됐다. 기대와 우려를 동반한 채 개막한 이번 대회는 절반의 성공 가능성과 절반의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 오버워치는 딜러워치? 딜러진 조명에만 편중된 중계화면 아쉬움 남겨
이번 프리시즌은 선수들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서는 이벤트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블리자드표 옵서빙의 시험대이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이전부터 옵서빙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고, 실제로 오버워치 컨텐더스나 오버워치 월드컵 예선 등을 진행하며 문제점을 개선해왔다. 그렇게 1년 반에 걸쳐 만들어온 결과물이 프리시즌에 첫 선을 보였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 옵서빙과 관련해서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합격점을 주는 이도 있었고, 아쉬움을 표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공통적인 지적은 ‘중계가 딜러 영웅에 편중됐다’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블리자드는 트레이서·겐지·파라·위도우메이커 등 딜러진으로 분류되는 영웅에 주로 포커스를 맞췄다. 가령 서울 대 뉴욕의 맞대결 1세트 전반전에는 ‘파인’ 김도현(위도우메이커)의 1인칭 시점이 약 1분 동안 카메라를 독차지했다. 그가 전사하지 않았다면 해당 방식의 중계는 더 이어졌을 터였다.
그런가 하면 ‘플레타’ 김병선의 개인화면에서 ‘위키드’ 최석우의 개인화면으로 중계가 바뀌었다가 다시 김병선의 개인화면으로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블리자드가 딜러진에 초점을 맞췄음이 단적으로 드러났던 장면이었다.
오버워치는 딜러·탱커·서포터 등 다양한 역할군이 함께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야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일반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그런 협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식 리그에서조차 초점이 딜러에게만 향했다는 것은 블리자드 스스로도 딜러가 오버워치의 꽃이자, 게임 승패를 가르는 핵심 포지션임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었다.
또한 이처럼 중계화면이 한쪽으로 편중된 탓에 딜러들의 슈퍼 플레이는 오롯이 담아낼 수 있었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형국을 전달할 수는 없었다. 오버워치는 1인칭 슈터 게임이면서 동시에 전략·전술 게임이기도 하다. 항상 팀의 최전방 또는 상대 후방에 위치하는 딜러의 시점에 카메라가 고정되다 보니 그런 매력까지 살리기가 어려웠다.
▶ 메이저 프로스포츠를 보는 듯한 재미는 합격점
블리자드 스스로가 천명했듯 오버워치 리그는 미국 하키(NHL)나 농구(NBA) 리그 등 기존 메이저 프로스포츠의 중계 방식을 여럿 차용했다. 분할 화면을 활용한 리플레이 중계나, 라운드 종료 후 인포데스크를 활용한 게임 분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선수의 개인 기록·통계(스탯)의 활용이다. 기존 메이저 스포츠 특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종목에서는 기록이 곧 유산이고 보배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처럼 기록을 중점으로 다루는 사이트까지 운영될 정도다.
그리고 ‘플레이의 데이터화’는 e스포츠가 가장 유리한 분야다. 여기서는 기록원도 필요 없고, 수치가 틀릴 일도 없다. 이번 프리시즌에 블리자드는 킬·데스·상대방에게 가한 데미지 등의 기록을 화면에 표시하거나, 유의미한 지표를 문자로 중계했다. 서울과 상하이의 맞대결 도중 “‘파이브킹’ 자오유 첸이 메르시로 1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동안 ‘토비’ 양진모는 48개의 공·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고 알린 게 그 예다. 오버워치 리그는 분명 기록·통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 지역 연고제는 무사히 정착될 수 있을까
여전히 글로벌 지역 연고제가 옳은 판단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블리자드는 이번 프리시즌을 미국 로스앤젤레스 블리자드 아레나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오는 2018년 1월 개막하는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 역시 같은 경기장에서 열 예정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지역 연고제의 가장 큰 특징은 홈&어웨이 방식이다. 그런데 오버워치 리그에는 홈도 어웨이도 없다. 1번째 시즌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른다는 점은 블리자드가 사전 공지한 바 있으나, 이듬해 참가 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용병 쿼터제의 미도입도 우려의 궤를 같이한다. 지역적으로 경쟁력 있는 서울과 상하이는 자국 선수들로만 로스터를 채웠지만, 런던·뉴욕·필라델피아는 단 1명도 자국 출신이 없다. 미국을 연고로 하는 대부분의 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아서 보스턴이 2명, 댈러스가 1명, 로스앤젤레스 발리언트가 3명의 자국 선수만을 로스터에 올린 상태다. 휴스턴이 6명, 샌프란시스코가 5명을 보유해 그나마 미국 연고팀답게 선수단을 꾸렸다.
현재 한국 선수 중심으로 운영되는 서울·런던·뉴욕이 평균적으로 약 2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한 가운데, 샌 프란시스코가 무려 4배가 넘는 9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자국민에게 친숙한 얼굴이 많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에만 머무르는 그러나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런던 스핏파이어는 런던팀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까.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나온 ‘홍철 없는 홍철팀’처럼 ‘런던 없는 런던팀’인 셈인데 이들을 응원해야 할 당위성이 런던 시민에게는 없다. 혹자는 축구 클럽 아스날이나 맨체스터 시티에 영국인이 몇이나 되느냐고 반문하지만, 100년 이상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온 클럽과의 비교는 타당하지 않다.
▶ 대리게이머에 대한 경징계는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
끝으로 필라델피아 소속 ‘사도’ 김수민에 대한 경징계는 두고두고 리그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게임의 생태계를 파괴한 대가는 더 무거워야 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선례를 보며 현역 선수들이 그간 쏟아온 노력에 대하여 후회와 회의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버워치 리그와 필라델피아는 스스로 대회와 팀의 위상을 깎아내렸다. 최고의 프로 리그를 지향한다면 최고의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프로페셔널과 대리게이머는 양립할 수 없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