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해외 사례를 발판 삼아 대학-도시의 협력 모델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의 제안으로 뜻을 모은 16명의 대학총장과 7명의 지자체장(시장)이 향후 30년을 대비하기 위한 대학-도시 상생의 미래 비전을 내놓은 것.
대학을 뜻하는 University의 '유니버(Univer)'와 도시를 뜻하는 '시티(City)'를 결합시킨 '유니버+시티(Univer+City)'란 이름으로 발간된 이 책은 각 지역의 상생 전략을 소개하고 사회적 동참을 제안하고 있다.
도시가 쇠락한 이후 뒤늦게 재생에 나서기보다 지금 대학-도시 간 상생 결단을 내려 지식집약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유니버시티(Univer+City) 저술에 참여한 23명의 리더들은 현재 △각 시와 대학교에서 추진 중인 과제 △대학과 지방 혹은 중앙정부가 서로에게 요청하고 싶은 일 △대학과 도시의 상생발전을 위한 새로운 제안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적 인재육성 방안에 대한 비전을 각자 제시했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역 특색에 맞는 고부가가치 산업 개발, 창업 생태계 조성, 도시의 문제해결과 본격적인 협력을 위한 협의체·플랫폼 구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의 특수성을 살릴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규제를 최소화하는 반면 자율성과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진정한 유니버시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난다는 새로운 의식'과 '상생발전을 이끌 리더십', '그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예산'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노동·자본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지식기반으로 전환하는 지각변동을 잇따라 겪고 있다.
특히 국내 총생산의 48.9%를 제조업이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와 노령화의 가속화까지 더해져 그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국내 도시들은 지금 사물인터넷·인공지능·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며 소멸위험과 싸워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변화를 도모하는 도시에게 있어 고부가가치 지식 창출과 고급인력 육성을 통해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창직과 창업까지 이끌 수 있는 대학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다.
대학 입장에서도 우수 인력 유치에 중요한 쾌적한 생활·환경 인프라 제공과 대학의 브랜드 가치 제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시의 지속적인 발전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도시와 대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다.
지식집약 첨단산업으로 향해가는 경제구조와 그 변화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인재가 요구되는 오늘날 그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대학과 도시의 상생에 해답이 있는 이유다.
이번 유니버시티 발간을 이끈 김도연 총장은 대학과 도시의 진정한 상생에 필요한 대학의 역할은 단순한 사회봉사 차원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대학이 그 동안 교육과 연구를 통해 추구해 왔던 인재가치와 지식가치를 앞으로는 창업(創業)과 창직(創職)으로 연계, 사회·경제발전에 좀 더 직접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6년 김 총장은 포스텍의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기 위해 연구중심대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치창출대학'으로서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대학의 연구환경을 대폭 개방해 대학 내부 구성원과 외부 연구소, 기업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BOIC(Bio-Open Innovation Center)', 'FOIC(Future-Open Innovation Center)'라 불리우는 2개의 '개방형 혁신센터(OIC)'를 주축으로 포항을 철강도시에 이은 제약산업의 도시이자 ICT 기반의 미래도시(스마트시티)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김도연 총장은 "근본적인 혁신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포스텍이 조금 더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우리나라 전체 대학 사회의 교육과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Flagship, 즉 기함(旗艦)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성민규 기자 smg5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