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어려운 환자 대부분 대피는 어떻게?'...요양병원 불나면 또 대참사

'거동 어려운 환자 대부분 대피는 어떻게?'...요양병원 불나면 또 대참사

기사승인 2018-01-28 14:25:16

“요양병원은 거동불가능 환자들이 많아 화재발생시 침대나 휠체어를 통째로 이동시킬 수 있는 리프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장주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토요일인 27일 주말을 반납하고 지역 도립요양병원을 찾아 화재 등 비상시에 대비한 시설물의 현장 점검을 한 뒤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부지사는 이날 경산도립노인병원, 포항의료원과 부설요양병원을 찾았다. 오후에는 소방서, 관계부서 간부들과 경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 시 탈출장비 등을 꼼꼼하게 챙겨보고 하강구조대를 타고 3층에서 1층으로 직접 탈출하는 시연을 했다.

김 부지사가 휴일 혼자서 경북지역 도립병원을 찾은 것은 26일 발생한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때문이다.


현장을 둘러본 김 부지사는 요양병원의 실상이 화재 등 비상시에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에는 현제도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것.

경북도에서 지원하고 있는 경산도립노인병원, 포항의료원과 부설요양병원은 화재 시 탈출을 위한 완강기, 구조대(경사강하식), 비상대피도, 스프링쿨러, 방화문, 비상구 등은 법적기준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요양병원의 경우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상당수인데 휠체어나 침대를 통째로 대피시킬 수 있는 길이나 방법이 부족했다. 환자가 탄 휠체어와 침대의 유일한 이동수단은 엘리베이터인데 화재 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기 때문이다. 비상구는 계단이나 가파른 경사면이어서 노인 환자들이 스스로 경사로를 내려갈 수 없는 실정이다. 완강기와 구조대는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도 쉽지 않았고 노인환자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시설이다. 

비상대피도는 현재 법적기준인 A3 용지 크기로 벽에 개시돼 있었으나 비상시 이를 보고 탈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일부 병원은 비상시 연기배출과 탈출을 위해 유리문을 깨야하는 망치를 치매환자들의 난동을 우려해 간호사실 선반 밑에 숨겨 둬 활용도가 떨어졌다. 비상구나 옥상 통로 또한 노인환자들의 무단외출 방지를 이유로 아예 잠겨있었다.

김 부지사는 이날 오후 위더스요양병원에서 만난 경주부시장, 재난안전실, 보건과, 소방서, 경주시 관계자들에게 가진 소방장비 시연회에서 이같은 상황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지사는 요양병원 안전책임자를 팀장급에서 국장급으로 상향조정하고 병원 관계자들이 소방장비를 직접 실습해 보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또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제도개선 방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장주 경북도 부지사는 “일선 요양병원에서 갖춘 화재 등 비상시 대피장비가 법적기준을 모두 충족하고는 있었으나 현장에서 비상상황을 가정해 적용해보니 거동불편 환자들은 엄두가 나지 않은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장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가장 시급한 거동불편 환자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침대와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리프트설치와 비상대피도 크기 확대 및 차제발광장치 설치는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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