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비후원사인 기업들이 올림픽을 홍보에 이용하는 앰부시 마케팅을 막기 위해 IOC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심한 수준'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평창산 설 선물세트를 내면서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라는 문구를 썼다가 IOC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다. 평창 올림픽이 연상된다는 이유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올림픽 마케팅을 해서는 안 되게끔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IOC의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진 것 같다"며 "리우 올림픽 때보다도 훨씬 더 까다로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꼼수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업체 위메프는 지난 12월 평창 롱패딩 상품에 '국가대표 팽창 롱패딩'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다 조직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올림픽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는데도 '금메달', '국가대표' 라는 말을 썼다는 이유로 앰부시 마케팅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에는 피자헛은 '피자헛과 함께라면 즐거움이 두배, 팽창 투게더'라는 문구로 교묘하게 앰부시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물론 올림픽이라는 단어는 공식 후원사만이 마케팅에 활용하도록 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공식 후원사인 것처럼 오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역 이름은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리우'나 '평창'은 쓸 수 있지만 올림픽, 선수단 혹은 올림픽이 떠오르는 단어나 엠블럼, 슬로건 등을 사용하면 안 된다.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란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처럼 올림픽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앰부시는 '매복'이라는 뜻으로, 숨어서 마케팅을 한다는 뜻이다. 앰부시 마케팅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당시에는 GS25에서 '리우 올림픽 선수들을 응원하세요'라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1시간 만에 거둬들이고 '국가대항전 관련 이벤트'라고 정정한 적이 있다. 쿠팡의 경우 캠핑 영상 기획전 자료를 내면서 '리우 올림픽'이라고 썼다가 내부적으로 검토 후에 '스포츠 경기'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창을 앞두고는 규제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업계에서는 예전에는 허용되었던 '국가대항전'이나 '스포츠 행사'라는 말까지 못 쓰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국가대표' '선수들' '응원'이라는 말까지 제재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평창에서 큰 행사가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는데, 단어 하나하나에 제동을 거는 것은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라며 "이런 심한 제재가 오히려 평창 올림픽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닌가 한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후원사들은 후원사들대로 평창 열기가 생각보다 뜨겁지 않아 걱정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평창 올림픽이 불과 며칠 안으로 다가왔음에도 롯데백화점에서 기획한 '평창 롱패딩' 외에는 큰 특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후원사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생각보다 열기가 뜨겁지 않아 생각보다는 아쉽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평창 특수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평창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되지 않은 업체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경우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들어갈 뻔했는데 못 들어가 오히려 다행이다"라며 "하계보다는 동계가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데다 여러 가지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부담감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