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노출된 건설노동자 “현장에서 죽기싫다”…하도급 개선 목소리

폭염 노출된 건설노동자 “현장에서 죽기싫다”…하도급 개선 목소리

기사승인 2018-07-25 01:00:00

“허울뿐인 폭염대책, 현장감독 강화하라” “현장에서 죽기싫다, 노동안전 보장하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4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집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33도 이상 폭염 시 건설현장에서 시간당 10~15분씩 노동자 휴식여건을 보장하고 있는지 집중 확인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해마다 반복되는 더위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하도급 구조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전국건설노동조합은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스마트폰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장에서 폭염 관련 정부 대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76%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건설현장에서 “규칙적으로 쉬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휴식공간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의 74%가 “아무 곳에서나 쉰다”고 응답했으며 “그늘지거나 햇볕이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였다.

전재희 건설노조 교선실장은 “당국에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정해놓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 등을 문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현장별 조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근로자는 “하루 300여명이 근무하는 현장에서 화장실에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으며 변기는 고작 4칸뿐”이라며 “휴게공간이도 마련되지 않아 아무데서나 쪼그려 쉬고 있는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안전은 위험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이같이 안전규칙이 잘 이뤄지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하도급문제를 꼽는다. 열악한 작업 환경도 있지만, 하루에 일정 물량 도급을 해내지 않으면 일당이 돌아가지 않는 임금체계에서 안전규칙 등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다른 시위 참가자는 “(최근 발생한 현장 추락 사고를 언급하며)사고 전날에도 날씨가 더우니 조금 쉬었다 하자는 의견을 제안했지만, 원청업체에서는 시공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작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작업중단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작업중단을 하게 되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한다”며 “해마다 늘어가는 건설현장 사고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대형건설사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현장 안전규칙이 지켜지고 있지만, 중견사의 경우 정부에서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는 단순히 휴게시설 설치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계 구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동부는 현장마다 휴식시간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규정상 건설현장에 폭염에 따라 휴식여건을 보장하라고 계도하고 있지만 일일이 현장에서 단속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시설을 확인하는 것과 달리 9분 쉬었는지 10분 쉬었는지 노동자마다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발표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는 ▲노동자 안전을 위한 휴식(제566조) ▲휴게시설 설치(제567조) ▲소금과 음료수 등의 비치(제571조) 등이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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