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0억 이상 공공시설공사 발주에 대해 부실시공 등의 부작용이 잦았던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했으나, 갈수록 낙찰률이 낮아져 다시 최저가낙찰제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11일조달청 국정감사에서 종합심사낙찰제의 낙찰률 하락을 지적하고, 평가 변별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희 의원에 따르면, 종합심사낙찰제 실시 직후였던 2016년 평균 낙찰률은 80.47%로 최저가낙찰제 평균낙찰률(75%)보다 약 5%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바로 70%로 하락해, 올 9월 기준 76.66%로 더 하락해 최저가낙찰제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낙찰률 80% 미만 건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유 의원이 조달청의 낙찰률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에는 낙찰률 75%이하는 단 1건이었고 80%미만이 40.6%이었으나 2017년에는 낙찰률 80% 미만이 65.1%로 늘어났고 2018년 9월 현재 낙찰률 80% 미만이 81.3%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승희 의원은 “최저가낙찰률 평균인 75% 이하가 지난해와 올해 전체의 1/4 에 이른다”며 “제도가 너무 느슨하게 운용되고 있어 건설업계에서는 ‘종심제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도 종심제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이 이같은 낙찰률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이 올해 종심제로 입찰해 각각 70.07%, 70.25%의 낙찰률로 낙찰된 2개 사업의 평가점수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입찰한 상위 5개 업체 모두 ‘공사수행능력’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회적 책임 평가 가점이 공사수행능력 평가 배점 내로 포함되어 변별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가업체로 낙찰이 유도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승희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이후 각 입찰 평가항목별 만점비율 주에 공사수행능력 만점비율 평균은 96%에 이르는 데 반해 입찰금액 만점비율 평균은 22%다. 이에 총평가 만점비율은 21%로 거의 입찰금액 만점비율에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승희 의원은 “결국 공사수행능력 평가에서 변별력 없어 최저가업체로 낙찰이 유도되는 셈”이라며 “이러한 대규모 공공시설공사들이 낮은 낙찰률로 부실공사 없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균형가격 산정법 개선이나 기술평가 항목의 변별력 제고를 위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종합심사낙찰제가 시행 목적대로 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