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정거래위원회, 일부 재벌건설사가 하도급공화국을 건설하고 있다. LH는 재벌건설사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일감을 따온 건설사는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한다. 공정위마저 이러한 건설사들의 관행을 눈감아주고 있다.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동영 의원실이 LH의 민간참여사업을 조사한 결과, 총 33개 사업 중 시공능력평가 5위 이내 대형건설사(현대, GS 등)가 가져간 사업은 14개다. 총 사업비 8조4000억원 중 재벌건설사들이 확보한 사업비는 4조6000억원에 달했다.
LH의 민간참여사업은 공기업인 LH공사가 공공택지를 제공해 민간건설사와 공동분양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사업자 선정방식에 있다. 민간참여사업 사업자 평가지침을 보면 평가는 크게 개발계획(500점), 재무계획(300점), 가격평가(200점) 등 3개 항목으로 이뤄진다. 비중이 높은 개발계획과 재무계획의 경우 평가항목이 수치로 책정할 수 없는 비계량 항목이다. 반면 가격평가는 수치로 확정할 수 있는 계량 항목이지만 비중이 가장 낮다. 재벌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높게 책정해 가격평가에서 뒤처져도, 개발계획이나 재무계획에서 앞서면 수주가 충분히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최승섭 경실련 팀장은 “민간참여사업으로 분양가 부풀리기가 이뤄지고 있고, LH 등 공기업들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보다 재벌건설사들의 과도한 이익을 챙겨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높은 공사비로 수주권을 따낸 건설사들이 하도급업체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공정위는 이를 묵인해왔다는 데 있다.
공정위의 최근 5년간 하도급법 위반 보복조치 신고 및 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건설사로부터 보복행위를 당했다고 접수된 13건의 신고 가운데, 9건은 심사절차를 종료했고 4건은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보복행위로 3년간 두 차례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 입찰참여가 제한되는 시행령에도 불구하고, 신고 건에 대한 고발이나 과징금 조치는 없었다.
최 팀장은 “전문건설업체들 입장에서 신고는 큰 용기가 필요한 행위”라며 “신고했음에도 아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피해는 하도급 다단계의 맨 아래층의 노동자들”이라며 “하도급 관련 법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