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 업역 규제 철폐② 건설업계 ‘일장일단’

[알기쉬운 경제] 업역 규제 철폐② 건설업계 ‘일장일단’

기사승인 2018-11-13 03:00:00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영역 없는 자유경쟁이 본격 시작된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칸막이를 오는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해제할 것을 밝혔다. 모두 34개로 나눠진 업종 개편은 내년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오는 2020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역 규제 철폐에 대한 기대효과 및 우려사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다단계 하도급 사라질 것

업계에서는 종합 건설사와 전문 건설사가 상호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건설 산업의 질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점쳐지는 것은 수직적 원·하도급 관계 고착화 탈피다. 그동안 전문 건설사는 업역 규제로 사업 물량의 대부분을 종합 건설사에 의존해 왔다.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명지대)는 “업역 규제 철폐는 건설 산업에 있어 이익공유제라고 볼 수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상생을 바탕으로 임한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페이퍼컴퍼니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퍼컴퍼니는 실체가 없이 서류 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특정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 진 곳을 말한다. 현재 종합건설업체는 1만개가 넘게 있지만 기술도 없고 사람도 없이 대표 한 명으로 이뤄진 페이퍼컴퍼니가 적지 않다. 이들은 계약을 따낼 경우 전부 하도급을 맡김으로써 수익을 낸다.

그동안 전문건설사에 하도급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종합건설사를 중심으로 모든 공사를 하도급에 의존하는 페이퍼컴퍼니가 많이 생겨났다. 이로 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다단계 하도급 단계 가장 아래에 위치한 노동자들이 받았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인해 건설업계 내 경쟁은 전보다 심화될 것”이라며 “기존 페이퍼컴퍼니 등과 같이 경쟁력이 약한 곳은 퇴출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희 전국건설노조 국장은 “노조 입장에서는 이전부터 다단계 하도급을 철폐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해온 만큼 이번 정책에 있어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규제가 사라지게 되면 그동안 페이퍼컴퍼니와 같은 불법 업체들이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고, 이에 따라 다단계 하도급 가장 끝단에 위치한 건설노동자들의 피해가 어느 정도 해소될 거라 본다”고 기대했다. 

◇취지는 좋지만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있었다.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역 규제 해제로 인해 건설업체들 간 무한경쟁이 이뤄지게 되면서 경쟁업체들 무리한 경쟁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 

대형건설사는 사업 규모와 상관없이 수주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 업체의 무분별한 증가를 우려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문업체와 항상 같이 들어가야 하는 조건이 걸린 공사들도 있었는데 업역 철폐로 단독 입찰이 가능해진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규모와 관계없이 경쟁 업체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지켜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러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재희 전국건설노조 국장은 “전국 건설업체 7만개 중 1만5000개만 원청업체이고 나머지는 전부 하청업체”라며 “자본금이 상대적으로 원청업체보다 떨어지는 하청업체의 경우 감당 못할 공사를 진행해 노동자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단순히 업역 규제를 철폐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건설업계가 스스로 상생을 바탕으로 한 성장을 위해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 교수는 “아무리 제도의 취지가 좋아도 운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 있다”며 “과도한 경쟁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와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라며 “업계 전체가 상생을 바탕으로 경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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