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골드만삭스가 무차입 공매도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75억원대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부과한 과태료 금액 가운데 사상 최대 금액이다.
증선위는 28일 정례회의에서 공매도 제한 법규 등을 위반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대해 과태료 75억48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대해 공매도 제한 위반 건으로 74억8800만원, 공매도 순보유잔고 보고 위반 건으로 1680만원이 각각 부과했다.
앞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30~31일 무차입 상장주식 156개 종목(401억원)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지난 5월 30일 82개 종목, 그 다음 날 74개 종목 등 이틀 간 총 96개 종목(중복 종목 60개)에 대한 주문이 있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13개 종목, 코스닥 83개 종목이다.
증선위는 156건의 공매도에 대해 기준금액과 위법 동기·결과 등을 고려해 과태료를 산정했다.
이번 과태료 규모는 종전 최대치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신탁재산 운용 시 집합주문 처리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각각 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과받았다.
앞서 금감원은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검사 결과 과태료 10억원 부과를 건의했지만 증선위 심의 과정에서 과태료 금액이 대폭 상향 조정됐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의 배당오류에 따른 '유령주식' 사태 이후 공매도 제도 폐지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된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금감원 검사 결과 골드만삭스의 차입 담당자는 주식 대차시스템 화면의 '온라인 협상' 메뉴에 차입 희망 주식 내역을 입력하고 대여기관에 차입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차입결과 수동입력' 메뉴에 차입 희망 주식 내역을 잘못 입력했다.
그 결과 차입하지 않은 주식이 차입 잔고에 반영됐고 트레이더는 잔고가 있는 것으로 오인해 차입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주식 결제일인 지난 6월 1일 20개 종목(139만주), 같은 달 4일 21개 종목(106만주)에 대한 결제 불이행이 발생했다.
골드만삭스는 2016년 6월~2018년 6월 사이에 210개 종목에 대한 공매도 순보유잔고 보고를 누락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에 금융위는 이번 사건에서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와 연계된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무차입 공매도 등 공매도 제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하고 적발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