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상장 폐지 위기까지 갔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유지가 결정되며 한 시름을 놨다. 경영투명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기업 계속성과 재무 안전성을 고려해 상장 유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거래 지속 여부와 상관없이 분식회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모회사 삼성물산에 대한 회계 감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박용진 의원 등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합병 전과 후 회계법인과 삼성 측이 산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사안이 쟁점이 될 경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연계돼 있기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삼성물산 감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입장이다. 아직까지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상장 유지’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소 발 빠른 조치
‘고의분식회계’ 논란으로 상장폐지 여부까지 갔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유지가 결정됐다.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결론을 낸 이후 20거래일 만에 다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장초반 20% 이상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전날(10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가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일부 미흡하지만 기업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은 심각하게 우려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빠른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경영 개선 기여를 부여했던 것이기에 거래 재개가 늦었고, 이번 건은 재무구조의 문제는 아니었고 투자자들도 고려해 빨리 재개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유지로 인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주가 반등 가능성을 점쳤다. 키움증권 허혜민 연구원은 “거래 재개로 가장 우려했던 상장폐지 불확실성이 제거되었으며, 매매거래 정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우려했던 향후 수주 차질 부분이 해소됐다”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펀더멘털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분식회계·삼성물산 감리 여부 쟁점 가능성
하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이 유지됐지만 ‘분식회계’와 관련된 사안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로 결론 내린 금융당국의 조치에 대해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상장 유지 결론으로 거래는 진행하지만 이와 별개로 행정 소송은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더 큰 벽이 남아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회계 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 사안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가치평가가 삼성물산의 합병 전 후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전체 가치를 약 18~19조원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3개월 이후 통합삼성물산에서 삼성바이오의 가치는 18조원에서 약 6.9조원으로 크게 변한다. 2015년 3분 재무제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안진회계법인 작성)의 가치는 약 6조8502억원으로 책정된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정가치는 3조2052억2300만원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79%)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의 가치는 6조8502억원으로 인식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같은 회계법인이 불과 3개월 차이를 두고 같은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의 갭이 너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어떠한 근거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 관련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안과 관련해 모회사 삼성물산 감리도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여부는 금융감독원과 증선위가 판단할 문제”라고 신중히 답했다.
관건은 삼성물산 감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입장이다. 아직까지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뚜렷한 견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11일 논평을 통해 “금융당국은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이 있음에도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도 할 시늉조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 사안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삼성물산 감리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기 전에는 답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 측은 회사의 감리 여부와 내부 문건 논란에 대해 삼성바이오 계열사 자체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사의 감리 여부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기에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 또한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내부 문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답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