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3대책 이후 빙하기를 맞은 부동산 시장은 설 연휴 이후에도 녹지 않을 전망이다. 통상 설 연휴 이후로는 3월 이사철 등을 앞두고 부동산 거래가 증가해왔다. 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 거래는 여전히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앞서 발표된 정부의 규제정책과 4월에 예정된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풀릴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정부가 최근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을 푼만큼 거래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2020년 예정된 총선을 의식해 여당과 야당이 부동산 정책 방향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거래, 지금까진 설 끝나면 늘었는데...”
통상 설 연휴 이후에는 부동산 수요가 증가해왔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설날 전후 월간 주택거래량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번의 설 연휴를 전후로 아파트 매매량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에도 ▲2014년 2371건(43.16%) ▲2015년 4920(56.67%) ▲2016년 2038건(39.25%) ▲2017년 133건(2.87%) ▲2018년 2623건(21.88%)으로 매매량이 늘어왔다.
하지만 올해 설 이후 부동산 거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1877건으로 2013년 1196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연도별 1월 거래량을 살펴보면 ▲2014년 5542건 ▲2015년 6823건 ▲2016년 5430건 ▲2017년 4480건 ▲2018년 1만198건이다. 특히 지난해 1월의 경우 올해보다 81.59%(8321건) 급감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는 매도자가 가격을 낮춰 팔지 않으려 하고 매수자의 경우 더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남 서초 A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말 서초푸르지오써밋을 사겠다는 실수요자가 있었다. 당시 그는 24억을 불렀고 해당 가격대에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면서 “최근 23억짜리 매물이 나와서 연락을 했지만 1억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그가 과연 1억이 더 떨어진다고 살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용산 B부동산중개업소 대표도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엔 거래가 잘 이뤄진다”며 “하지만 상황이 반대로 바뀌면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사는 사람 입장에선 더 떨어질 테니까 계약을 깨면서까지 기다릴 테고,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하방경직성이 적용돼 굳이 떨어진 가격에 팔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부동산 계절은 겨울, 겨울, 겨울, 겨울...
전문가들은 설 연휴를 전후로 부동산 거래 급감의 원인으로 정부의 규제정책과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 등을 꼽았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빙하기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의 거래 여부가 올해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모든 방면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과연 거래가 어느 정도로 이뤄질 지지 여부에 따라 올해 부동산 시장 예측 기준이 설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대출 규제, 세금인상 등의 부담이 매수심리 위축에 영향을 줘서 주택거래량 및 집값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여기에 38만호가 입주하면서 임대차 시장도 어느 정도 안정됐기 때문에 무주택자들 입장에서도 집을 과연 지금 구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오른 가격에 대한 부담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재산세와 종부세 납부시점이 있기 때문에 올해 부동산시장은 지금과 같은 기조로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봄바람 불어올까…토지보상금·총선이 터닝포인트
하지만 거래량 급감이 완화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최근 정부가 푼 토지보상금이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다. 보상금이 풀리는 만큼 매도자가 매물을 내놓아 거래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을 풀었다. 이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으로 3기 신도시 보상까지 진행되면 토지보상금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20년 예정된 총선도 거래량 급감을 완화시켜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여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야당은 살아남기 위해 현 부동산 정책 규제를 완화시킬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 빙하기에 변수가 있다면, 정부가 최근 SOC 사업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을 풀었다는 것”이라며 “최근 풀린 토지보상금은 매도자에게 매물을 내놓게 하고, 이는 거래량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에 예정된 총선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며 “여당과 야당에서는 총선을 의식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완화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