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년째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최모씨(30세)는 부동산중개앱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최모씨는 “앱이 막 흥행하던 시기엔 뭣 모르고 세상 좋아졌다며 앱을 믿고 현장에 갔지만, 시간낭비를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앱으로 시세 파악 등을 사전에 대충 하긴 하지만, 여전히 방을 구할 땐 하루 날 잡고 발품 파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라고 푸념했다.
#최근 서울에 직장을 구한 포항에 사는 김모씨(28세) 역시 부동산중개앱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김씨는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앱을 통해 자취방 문의를 했었다”며 “앱에서는 분명 당시 가격대의 방이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막상 연락을 해보니 팔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앱에 뜨는, 소위 말하는 가성비 좋은 방은 고객을 끌기 위한 미끼용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아무리 부동산중개엡이 많아지고 그만큼 서비스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허위매물이 많은 상황”이라고 불평했다.
이같은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근절을 위해 정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 학계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0명 중 6명 “허위매물 경험 있다”
8일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실시한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등록된 서울지역의 매물에 대해 온라인광고를 확인하고 전화예약 후 방문했음에도 200건 중 91건(45.5%)이 허위매물 또는 과장매물로 확인됐다.
조사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지난해 8~11월 4개월 간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 4곳(네이버부동산·직방·다방·한방)의 매물(아파트·원룸·투룸) 광고 200건을 대상으로 현장방문해 집계한 결과다. 또 수도권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부동산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허위매물·과장매물로 확인 된 91건 중 47건(23.5%)은 허위매물로 온라인광고 확인 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직전 거래가 완료됐다’ 혹은 ‘더 좋은 매물을 권유’하는 등의 이유로 해당 매물을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4건(22.0%)은 가격, 층수, 옵션, 주차, 사진 등 광고와 다르거나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인식조사 결과 500명 중 294명(58.8%)가 ‘허위매물을 경험한 적 있다’, 377명(75.4%)가 ‘허위매물이 많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경험한 허위매물 유형은 ▲광고된 매물이 없는 경우(121명, 41.2%)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매물(105명, 35.7%) ▲중요 정보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68명, 23.1%) 순으로 나타났다.
허위매물의 발생 원인으로는 사업자의 과당경쟁과 정부의 규제 미흡에 책임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인중개사 과당경쟁(386명, 77.2%)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의 차단노력 미흡(279명, 55.8%) ▲정부의 규제 미흡(240명. 4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방·다방, 실소유자 검증에 헛걸음 보상제까지
대표적인 모바일 부동산 중개앱 업체인 다방과 직방은 최근 허위매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선 다방은 최근 실소유자의 검증 과정을 거친 확인매물을 통해 허위매물로 인한 피해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방은 공인중개사가 확인 매물을 등록 시 집주인에게 자동으로 알림 서비스를 보내 확인토록 했다. 또 확인매물을 최상단에 노출해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반 매물 대비 사용자 문의가 3배 이상 많아 공인중개사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다방 측의 설명이다.
추후 다방은 확인매물 전용 상담창구인 확인매물 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사용자에게 확인매물을 적극적으로 안내, 홍보할 계획이다.
다방 박성민 사업마케팅본부장는 “중개인과 집주인 간 원활치 못한 커뮤니케이션은 허위매물 발생의 주된 이유 중 하나”라며 “다방 플랫폼을 통해 실 소유자의 검증과정을 자동화한 솔루션을 구축, 고객에게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직방은 매물실명제 강화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부터 중개사 및 중개보조원 본인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매물실명제는 공인중개사의 명의도용을 방지하고자 시행한 정책으로, 중개사와 중개보조원에게 각각의 개인고유번호가 발급돼 개인별 패널티 관리를 할 수 있다.
직방은 안심중개사 정책과 헛걸음보상제, 안심피드백 등 다양한 허위매물 근절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는 허위매물 악성지역의 매물 전수 조사를 실시하며 악성 중개사를 퇴출시키는 허위매물 아웃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다수의 정직한 중개사와 이용자가 피해 받지 않도록 광고, 미끼 매물을 올리는 소수 악성 중개사를 탈퇴시켜 왔다”며 “허위매물로 헛걸음하는 이용자가 없도록 허위매물을 근절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 “공인중개사법, 거짓·과장광고 규제 없어 관리 어려워”
국회 측에서도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근절을 위한 입법 마련에 힘쓰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근절 입법 공청회'를 개최해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중개대상물에 대한 부당 광고 금지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 명시 ▲민간 수행 중개대상물 모니터링 강화 방안 마련 등이다.
토론에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 학계, 소비자,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여했다.
박 의원은 “최근 인터넷으로 부동산 매물 정보를 확인하고 이용하는 소비자 증가와 함께 허위매물 등 거짓·과장광고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며 “현행 공인중개사법에는 허위매물 등 거짓·과장 광고에 대한 금지 조항이 없어 실효적 관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한국소비자원 이상식 박사는 “소비자들도 인터넷 부동산 중개 허위매물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허위매물 발생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 측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사업자에 대한 법적 규제와 사업자의 자율규제 노력 강화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나 사업자단체가 아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공익 목적의 광고감시전문기관과 혐력해 허위매물 감시활동을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박엘리 기획팀장은 “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는 설립 이후 매년 월 3회 이상 매물등록제한 조치를 받은 중개업소 명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공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시정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형식적 보고에 그치지 않고 규제 당국의 실질적인 시정조치나 제재가 강화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