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화학·에너지 업계, 노사 협력 통한 상생발전 ‘순항’

철강·화학·에너지 업계, 노사 협력 통한 상생발전 ‘순항’

기사승인 2019-03-20 00:24:00

국내 화학·철강·에너지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들이 한국 노사(勞使)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와 연동해 임금인상률을 정하거나, 최대 30년씩 노사분규 없이 상생·협력해 나가는 등 한국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노사 관계라면 쉽게 떠올리게 되는 대립과 투쟁이 아닌 ‘윈윈’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나아가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물가에 연동해 임금 협상하는 ‘SK이노베이션 노사’

종합 에너지·화학사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017년부터 물가 상승에 연동한 임금인상 결정 체계를 만들었다. 이런 협상 체계를 통해 기존의 ‘투쟁’으로 대표되는 노사 관계에서 벗어난 미래지향적 노사문화를 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은 지난달 18일 임금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30분 만에 이뤄졌다. 당시 현장에서 노사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 물가지수인 1.5%에 맞추기로 합의했다.

이는 해를 넘겨 타결되거나, 합의에 실패해 노동위원회 등의 중재까지 받았던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변화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한 이 잠정합의안은 지난달 27일 조합원들의 찬반투표에서 참여 조합원 87.60%가 압도적으로 찬성하면서 완전히 타결됐다.

이와 관련해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은 “올해 임금협상을 계기로 노사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길 바란다”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 소통하면서 작은 부분까지 신뢰를 쌓아 더욱 견고하고 바람직한 노사문화가 정착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구성원의 기본급 1%에 해당하는 기부금과 회사가 일대일 매칭그랜트 한 기부금을 더해 마련한 기금을 SK 협력사에 전달하는 ‘1%행복나눔기금’도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SK울산 CLX에서 ‘2019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을 통해 1%행복나눔기금 23억6000만원을 66개 협력사 구성원에게 전달했다.


분규도 사고도 없는 ‘E1’

액화석유가스(LPG) 수입판매 회사 E1은 24년 연속 임금 협상 무교섭 타결과 함께 최근에는 창사 이래 단 한 건의 사고가 없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먼저 E1은 지난 1월 2일 24년 연속 임금 협상 무교섭 타결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E1 노동조합은 시무식을 통해 2019년 임금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에 위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E1은 1996년부터 24년 연속으로 임금 협상 무교섭 타결이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E1의 이런 노경 파트너십은 구자용 회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지속 소통하며 끈끈한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구 회장은 분기마다 전 직원이 참석하는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어 회사 현황을 공유하고, 평소에는 직원들과 사내 e메일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누고, 승진한 직원들에게 축하 케익과 카드를 전달하는 등 직원들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E1은 18일 1984년 3월 운영을 시작한 이래 지난 35년동안 한 건의 사고가 없는 무재해 기록도 달성했다. 이는 국내 정유·가스업계 및 민간 에너지업계 최장 기록이다.

업계에 따르면 E1이 이런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체계적 안전·보건·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현재 E1은 분기 1회 이상 안전사고 대응 및 소집 훈련을 실시해 임직원들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지속하고 있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방서·전기안전공사 등 외부 기관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주기적으로 직원 대상 안전 교육도 진행 중이다.


◆똘똘 뭉친 동국제강 노사…25년째 ‘항구적 무파업’

동국제강 노사는 1994년 국내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이후 25년째 평화적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는 지난 1월 29일 인천공장에서 ‘2019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갖고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임금체계 개선에 합의했다. 노사가 합의한 개선안은 상여금 일부를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기존 대비 전체 임금 총액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기본급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과 성과급, 상여금이 책정되므로 물가 상승률 수준의 실질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

박상규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저임금과 관련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했다. 회사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놓인 만큼, 노사가 힘을 합쳐 동국제강의 재도약을 이끌어나가자”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창립 65주년을 맞이하는 동국제강은 노사 상생의 문화를 바탕으로 대내외 위기들을 극복하며 반세기 넘는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1990년대 말에는 인적 구조조정 없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바 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노조가 자발적 임금 동결을 선언해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뤄낸 바 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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