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이 지난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을 대선에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31일 공개된 1987~1988년 외교문서에는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의 범인 김현희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한 외교 교섭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당시 특사로 바레인에 파견된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와 바레인 측 논의 내용 전문을 보면, 전두환 정권은 일본 위조여권을 소지하고 있던 김현희를 대선 전까지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다.
박 차관보는 “KAL기 잔해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현희) 인도가 성급하다는 이야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늦어도 (대선 전날인) 15일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12일까지는 바레인 측으로부터 인도 통보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늦어도 15일까지 도착’이라고 시점을 언급한 것은 대선(12월16일)일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막판에 이송 일정이 연기되자 박 차관보가 “커다란 충격”이라며 “너무나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바레인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