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 "재생불량성빈혈 치료에 반(半)일치 골수이식 효과"

국내 의료진 "재생불량성빈혈 치료에 반(半)일치 골수이식 효과"

기사승인 2019-04-10 15:23:11

국내 의료진이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소아 환자들에게 ‘반(半)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 결과 이식 성공률이 약 93%로 나타났다.

백혈구, 적혈구 등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 생기는 재생불량성빈혈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해야 하지만,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히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조직적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치료법이 개발됐지만 기존 치료법만큼 효과가 좋지 않아, 전 세계 의료진이 이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연구해왔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임호준 · 고경남 · 김혜리 교수팀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소아 환자들에게 ‘반(半)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 결과 이식 성공률이 약 93%로 나타나,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 일치하는 이식법과 치료 효과가 대등했다고 최근 밝혔다. 조직적합성항원(HLA)이란 동물의 세포 표면에 위치하며 면역반응에서 같은 종류로 인식되는 항원을 말한다.

또한 이식된 조혈모세포의 생착 기간은 의료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 병원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생착이 늦을수록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조혈모세포이식에서 생착 기간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는 2013년 세계 최초로 10명 이상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에게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한 이래 치료 노하우를 쌓으며 이식 성공률을 높여왔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안에서 혈구 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 골수 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줄어드는 희귀성 질환이다.

중증 환자의 경우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아도 조혈모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폐렴과 같은 심한 감염과 갑작스러운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 최대한 빠르게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할 때 조혈모세포의 조직적합성이 완전히 일치하는 형제 혹은 비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은 조직적합성이 말 그대로 반만 일치해도 가능하기 때문에 부모, 형제 등에서 공여자를 빠르게 구할 수 있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소아 환자 67명을 분석했다.

67명 중 35명은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는데 14명은 형제로부터, 21명은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았다. 나머지 32명은 가족(부모, 형제)으로부터 조직적합성항원이 반만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그 결과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약 93%였다.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 일치하는 형제 혹은 비혈연 관계의 타인으로부터 이식받은 환자들의 평균 5년 생존율이 각각 92.9%, 95.2%인 것과 비교해 거의 비슷했다.

또한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평균 10일 만에 조혈모세포가 생착한 반면 완전 일치 이식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평균 12~14일 정도 소요됐다.

특히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이나 영국의 킹스칼리지병원의 평균 반일치 조혈모세포 평균 생착 기간이 19일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빨랐다.

임호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교수는 “소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의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성공률이 전 세계적으로 70~80% 정도에 머물고 있는데, 이번 연구로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조혈모세포이식과 대등한 이식 성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그 동안 부작용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를 제거한 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등 효과적인 이식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는데, 이식 성공률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논문은 골수이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미국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에 최근 게재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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