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수영을 즐기는 20대 남성 A씨는 최근 고민이 깊다. 수영 이후 머리카락이 빠지고, 모발색도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A씨는 “수영장 물이 탈모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왠지 머리숱이 줄고 머리카락 색도 연해진 것 같다”며 “수영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 B씨도 파마를 하러 미용실에 갔다가 탈모방지샴푸와 에센스, 두피스켈링 1년 이용권 등을 왕창 결제했다. 탈모가 의심된다는 헤어디자이너의 경고를 들어서다. B씨는 “타고난 악성 곱슬머리 때문에 주기적으로 머리카락을 펴주는 파마를 받고 있는데 혹여 탈모에 영향을 줄까 걱정이다”라고 했다.
탈모로 고민하는 20~30대 젊은이가 늘고 있다. 이들 젊은 탈모 환자들은 취미는 물론 멋내기에도 주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두 ‘머리카락’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2017년 동안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103만 명. 국민 5명 중 1명은 탈모를 앓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젊은 20~30대 탈모 증가가 두드러진다. 20대 남성 환자는 2013년 23만140명에서 2017년 25만446명으로 늘어 5년 동안 10%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30대 탈모증 환자는 전체의 24.3%로 가장 많았다. 이들 2030 젊은 탈모증 환자는 전체의 43.8%로 탈모증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차지한다.
문제는 젊은 탈모 환자일수록 병원보다는 탈모 샴푸나 두피마사지, 영양제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오픈서베이가 20·30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남성 그루밍 트렌드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남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탈모관리 방법은 ‘탈모샴푸 이용(29.6%)’과 ‘두피마사지(10.6%)’로 나타났다. ‘탈모치료약 복용’은 7.8%에 그쳤다.
의료계는 탈모가 의심이 된다면 병원을 먼저 방문하라고 조언한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지금 있는 머리카락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한 번 진행된 탈모는 치료하더라도 70~80%까지만 회복된다. 탈모 초기 1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그 다음 단계 진행을 막을 수 있는데 2·3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이전 단계 이상으로 좋아지기 힘들다”며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현재 머리카락 상태를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평소보다 모발이 얇아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같다면 정확한 탈모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남성 탈모증(안드로겐 탈모증)의 경우 남성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치료시작 3~6개월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보통 3년까지는 좋아진다. 또 성기능 저하 등 부작용도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허 교수는 “성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는 환자 중 1~2%정도에 그치고, 약을 오래먹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며 “성기능 부작용 여부는 치료제 복용 첫 한두 달쯤 판결이 나고, 이 시기를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고 말했다.
탈모 걱정으로 젊은 나이부터 취미활동이나 멋내기 등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계영철 고려대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수영장의 소독된 물이 탈모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없다.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미미할 것이고 물에 젖은 머리숱이 좀 더 적어보이는 경향이 있어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미용실 약은 탈모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파마나 염색을 자주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 교수는 “탈모는 외적인 영향이 일부 있지만 유전적 영향이 가장 높다. 적절한 치료를 받고 관리를 잘한다면 탈모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