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도심의 국립병원들이 외곽으로 이동을 추진하고 있다.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을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지하철 4호선 창동차량 기지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상계동 창동 부지는 17만9578㎡로 현재 연건동 부지 10만4752㎡의 약 2배 규모다. 박 시장은 서울대 측에 해당 부지를 파격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창동기지 일대를 첨단 산업 단지로 키우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내걸었다. 이같은 제안은 지난달 1일 박원순 시장이 오세정 서울대 총장, 박준희 관악구청장과 모인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서울시는 도시재생활성화의 일환으로 창동차량 기지를 혁신성장 산업 거점으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특히 미래먹거리 핵심사업인 바이오메디컬 분야 복합 클러스터로 추진하고자 서울대에 유일하게 제안한 것"이라며 "바이오메디컬 복합 클러스터에 서울대병원이 코어로 자리잡으면 자연스럽게 일반 바이오산업들도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 서울대병원 부지의 경우 개발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에 서울대 내부에서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창동차량기지는 오는 2024년 경기도 남양주시로 이전을 시작해 2025년이면 빈땅이 된다. 철거 등을 마치면 2026년부터는 새 건물 착공이 가능할 전망.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임기인 2022년 6월까지는 가시적인 밑그림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창동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 추진 TF(가칭)를 구성해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TF의 첫 회의는 오는 16일 예정됐으며,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측의 참석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대병원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1907년 연건동 부지에서 10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전통성을 포기하기 어렵고, 또 올해 문을 연 '대한외래' 등에 투자해온 만큼 섣불리 이전을 결정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교육청과 보건복지부의 허가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지역주민들과 구성원들의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전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서울대병원도 최근 과천 등지에 분원 설립을 고려한 바 있는 만큼 서울시의 파격 제안에 응할 여지도 있다. 본원 이전 대신 분원 설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대병원의 이전 소식이 알려지며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에도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은 오는 2023년까지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이전 계획은 20년 넘게 논의를 거듭하다 최근에야 병원 신축 및 이전이 결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의료원의 중앙감염병원 설립을 기피하는 서초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도심에 위치한 국립병원의 이전 논의와 관련 지역활성화를 위해 환자 접근성을 도외시한 것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감염병 컨트롤 타워 등의 역할론이 설득이 가능하지만,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지방의 많은 환자들이 이용하는 만큼 접근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