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원전해체산업’(이하 폐로사업)을 낙점한 것과 관련해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학계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7일 원전해체연구소 설립방안을 포함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안을 발표했다. 발표안에는 한국 원전업계가 가동 중단된 국내 고리1호기 해체를 통해 기술역량을 축적하고, 글로벌 폐로시장 진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초기시장 창출과 인프라 구축 ▲원전해체 전문 강소기업 육성 ▲단계적 글로벌시장 진출 지원 ▲제도 기반 구축 등 4대 중점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이 123조원까지, 국내 시장은 원전 30기를 기준으로 22조원 이상의 신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 전문가 등은 ‘폐차장 산업’에 불과한 폐로산업을 ‘완성차 산업’인 원전 업계에 강요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 교수는 “폐로 사업은 폐차장 사업으로 봐야 한다. 원전이 완성차 사업이라면 그에 딸린 사업에 불과하다는 말”이라며 “원전 산업 측면에서 지금부터 할 일이 아니다. 차후에 한국수력원자력에 알아서 추진하면 될 일을 크게 뻥튀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수적 시장에 불과한 폐로 시장을 원전 업계의 주요 수익원으로 부풀렸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발표안이 발표된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폐로 관련 업체들에 대한 예산 낭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폐로 쪽에 돈을 푼다고 하니까 우후죽순으로 처음 보는 회사들이 생겼다”며 “이런 업체들은 일시적 정부 지원금과 정부 지원 연구비를 노리고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돈은 돈대로 쓰고 헛돈만 쓰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정부는 이번 발표안을 통해 본격적인 국내외 원전해체 시작 전인 2022년까지 R&D 등 민⋅관 합동으로 대규모 선제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공표한 상황이다.
이번 대책안 자체가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탈원전에서 오는 경제적 손실을 폐로산업으로 막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며 “이 논리가 말이 안 된다. 산업이 되려면 밥을 먹고 살 만큼 나와야 한다. 장기적으로 폐기하는 원자로가 얼마나 나온다고 이를 산업으로 포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전 건설을 하면서도 해체 산업은 할 수 있다. 단순한 논리로 보더라도 원전을 짓는 나라가 당연히 해체 산업도 더 잘하는 것”이라며 “실효성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전국 13개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 대학생들은 폐로산업을 배우고 싶어도 배움의 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학과 학생은 “이쪽 계통 학생들은 대부분 석사·박사로 진학해서 원자력 관련 연구직으로 취업을 한다”며 “결국 이번 방안은 현대차로 치면 자동차 신규 모델 개발하는 연구원에게 폐차장 사장 노릇을 하거나 폐차장 기술을 개발하라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재완 카이스트 녹색원자력 학생연대 공동대표는 “무엇보다 한국에 폐로 전문가가 거의 없다. 전문가를 국내외에서 초빙하고, 이후에 학생들을 교육시켜 전문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10~20년 원전을 공부한 학생들에게 공부를 단숨에 엎고 배울 수 없는 폐로를 배우라는 현실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