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조합원의 분양가상한제 ‘손가락질’

[기자수첩] 건설사·조합원의 분양가상한제 ‘손가락질’

기사승인 2019-08-24 06:00:00

“10억 벌 거 그보다 적게 벌어서 그렇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지 손해를 보는 건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서울 내 재건축단지 사업을 맡은 한 시공사 직원의 말이다. 이 말은 현재 상한제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는 조합원과 건설사들의 주장이 단지 욕심에서 비롯된 앓는 소리에 불과함을 방증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시키는 방안을 담은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 내 건설사와 조합원이 가장 큰 불만을 품고 있는 부분은 ‘소급적용’이다. 이에 따라 10월 전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 상한제 적용을 피했던 재건축·재개발구역이라 하더라도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지 않았다면 공통적으로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다.

주요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수억원 가량 추가 분담금이 늘었다며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그럴 것이며, 충분히 배가 아플 만하다. 이번 상한제 적용만 없었다면 개발이익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모두 고스란히 이들 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경우 당초엔 분담금 총액이 100억원 미만이었는데, 조합원 당 추가 분담금이 1~2억원 가량 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수억원대의 추가 분담금은 아직 추정치에 불과하다. 즉, 해당 금액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심지어 시공사 측에서 정확한 금액을 도출해내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서울 내 재건축사업 시공사 관계자는 추가 분담금이 얼마까지 나오느냐는 질문에, 해당 금액을 알 필요가 굳이 있느냐며 자신들도 대지비 등을 감정원에 의뢰해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실제 수익 감소가 이뤄진다고 해도 이후 이들이 누릴 시세차익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많다. 일례로 과거 용산 이촌동 렉스아파트 재건축사업의 경우 일대일재건축 방식을 택해 조합원 분담금이 늘었지만, 이후 해당 단지는 2배 이상 집값이 치솟았다. 일대일재건축은 일반 분양을 통해 수익이 없는 재건축 방식을 말한다. 기존 가구 수와 동일한 수준으로 재건축을 하거나 일반분양의 물량을 매우 적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재산권 침해는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서, 단순 이익 감소를 손해라고 바꿔 말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들이 이번 대책에 반발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대책이 나오게 된 근본 배경에는 바로 자신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손가락질이 어려운 자가 택한 방법은 나라 탓이었다.

과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14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주택 취득세율 인하, 청약 자격 확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재개발 요건 완화 등 각종 부동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난 시점이다. 

이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의 견본주택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청약 경쟁률은 수백대일까지도 치솟았다. 이 시기 조합원과 건설사들은 서로 분양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양보와 타협 없이 무자비하게 사업을 추진하기에 바빴다. 조합원의 입김도 점점 강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강남 일대 집값이 전국 부동산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는 것. 일례로 지난 2016년 서울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분양은 한 달 새 시세가 1억원 이상 오르며 서울 강남권 재건축은 물론이고 전국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3.3m²당 분양가는 4495만원으로 전용면적 49m²형의 경우 분양가가 9억원이었다.

일반 서민들은 강남 재건축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을뿐더러, 집값 상승 부추김 등으로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 강남 재건축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조합원과 건설사는 이번 ‘역대급 규제정책’이 쏟아지는 근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정부의 규제 탓을 하고 있는 손가락을 잘 들여다보면 나머지 세 손가락은 자신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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