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음주 교통사고 후 운전자를 바꿔 치기 하려 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 장용준(19)씨를 조만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논란이 많았던 ‘운전자 바꿔치기’ 논란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민은 경찰의 발표에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3일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장씨의 운전자 바꿔치기에 대한 대가성 여부 확인을 위해 휴대전화, 통화내역, 금융계좌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장씨와 바꿔치기를 해준 당사자인 A씨(27)가 대가 없이 죄를 뒤집어쓴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다만 “장씨와 A씨는 지인으로 친밀한 관계”라며 “(운전자 바꿔치기) 대가성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만 재차 강조했을 뿐입니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아무런 대가 없이’ 음주운전을 하다 추돌사고를 낸 장씨의 범죄를 대신 뒤집어썼습니다. 단순히 친분이 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가족도 아닌 생판 남이 받아야 할 벌을 대신 받겠다고 자처한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설명에 국민들은 분노를 표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장씨와 A씨의 변명, 그리고 이를 한 치 의심 없이 믿어주고 ‘수사 결과’라며 발표하는 경찰의 태도에 기가 찬다는 반응입니다.
경찰은 장씨의 ‘뺑소니(도주치상)’ 혐의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장씨는 지난 7일 오전 2시40분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추돌사고를 내고 100m 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차량을 몰고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 구호조치 등을 실시한 점을 고려했고 유사 사건 관련 판례를 종합한 결과 도주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죠.
장씨가 사고 현장에서 차량 블랙박스를 가져갔다가 이틀 후 뒤늦게 경찰에 제출해 증거인멸 혐의가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경찰은 무혐의로 봤습니다. 경찰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훼손했을 때 성립되는 죄인데 본인이 가져가 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죠.
이번 사건을 두고 한마디로 ‘유전무죄’라는 반응 일색입니다. 24일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상식적으로 대가성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차후에 재판이 진행된 뒤에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대가가 꼭 현금이 아니라 ‘데뷔를 시켜주겠다’든지 여러 가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뺑소니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차를 잠깐 옮겨 놨을 수도 있고 도망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경찰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의원 아들에게 경찰이 이처럼 자비로운 판단을 내린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요. 당사자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금융계좌 등을 분석했지만 대가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경찰의 설명은 하소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다수 국민은 장씨가 국회의원 아들이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에다 뺑소니 정황까지. 부잣집 자제가 연루된 데다가 죄질까지 나빠 많은 국민의 관심이 이번 사건에 집중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많은 물음표만을 남긴 채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경찰의 소극적 태도가 결과적으로 ‘법은 강자의 편’이라는 우리 사회 불신을 더 견고하게 한 것은 아닐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