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 "개인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라"
경북 안동시 낙동강변에 국내 최대 규모 슬립웨이(수상동력기구접안시설)가 우여곡절 끝에 조성되자 취한 안동시 체육 관련 공무원들의 입장이다.
낙동강변에 설치된 슬립웨이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민원을 악의적으로 조장(본지 10월 7일, 9일 전국면 보도)한 것도 모자라 안동시가 해당 시설물을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까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2016년 안동시수상스포츠협회 회원이던 A 씨는 수상오토바이(제트스키) 국제대회를 열기 위해 낙동강변에 슬립웨이 조성을 추진했다. 국내·외 유명선수 등에게 대회 개최를 알렸고 초청도 했다. 안동시 예산에 낙동강변 슬립웨이 조성 등을 포함한 수상스포츠센터 건립비 약 7억 원이 잡혀있어 국제대회 진행에 무리가 없어 보였던 것.
하지만 그해 안동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특정 의원에 의해 해당 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당시 예산심의 과정에서 특정 의원의 모습이 녹화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체육회에 소속된 특정 단체에 왜 안동시가 나서 시설물을 만들어 주나, 시민이 모두 사용할 수 없다" 등 이해할 수 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물의 도시 안동시에 필요한 시설물인 데다 이미 대회까지 계획된 상태에서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의원에게 외부 입김이 작용했거나, 의원 개인의 이권 문제 등 폭넓은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A 씨는 예산 삭감에 의한 대회취소로 국제적 지역 망신 등을 우려해 슬립웨이라도 만들어 대회를 치러보려고 사비를 털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간 돈은 6000여만 원. 여기에 안동시가 2800만 원을 보태 총 8800만 원으로 슬립웨이를 조성했다.
이후 안동시는 개인 돈이 대거 투입된 만큼 해당 시설물의 권리행사를 막기 위해 A 씨로부터 ‘기부채납서’와 ‘권리포기각서’를 받았다. 대회진행이 우선이었던 A 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안동시 체육회로부터 슬립웨이 조성비를 제외한 1억 원을 지원받아 대회를 치러냈다.
물의 도시, 휴양, 레저의 도시 등 각종 수식어를 붙여 대내·외에 알린 안동시에 수상스포츠와 수상레저로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A 씨에게는 사실상 ‘생채기’만 남은 셈이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시설물을 입수한 것이라서 문제가 없다"며 "당시 개인 돈이 들어가는 만큼 공사를 미루자고 했지만, 개인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안동시가 낙동강변 슬립웨이에 잦은 민원이 발생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해당 부서에 민원 수와 민원이 제기된 장소 등을 문의했지만, ‘정확한 자료가 없다’, ‘담당자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