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부귀와 빈천은 없으나 직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는 편견과 차별이 있다는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연일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비난 여론에 휩싸인 사람이 있습니다. 수학 강사 주예지씨입니다. 주씨는 유명 연예인을 닮은 외모로 ‘수학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주씨는 1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진행을 하던 중 용접공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방송 도중 한 시청자가 ‘수능 가형 7등급과 나형 1등급이 동급’이라는 말을 남기자, 주씨는 “아니다. 가형 학생들이 나형 학생들을 심각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형 7등급이 나형 본다고 1등급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얘기해서 가형 7등급은 공부 안 한 거지 않냐”며 “노력했으면 3점짜리 다 맞히면 7등급은 아니다. 3점짜리 다 맞춰도 5~6(등급)은 가는데, 7등급 나온 건 3점짜리를 틀렸다는 거지. 안 한 거지”라고 말했습니다. 주씨는 이후 손으로 용접하는 시늉을 하는 동시에 “지잉”이라며 용접 소리를 흉내 냈습니다. 그러면서 “(7등급 나오면) 용접 배워서 호주 가야 돼. 돈 많이 줘”라고 웃었죠.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주씨의 인식 수준이 매우 심각합니다. 기술직을 천대하는 사회적 통념이 그대로 묻어 있는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용접공은 학창 시절 공부를 못 한 자들인가’ ‘공부를 못하면 기술직을 가져야 하는가’ ‘기술직은 웃으며 비하해도 되는 직군인가’의 물음에서 그의 언행은 모두 틀렸습니다. 주씨의 직업이 교육자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에게 대단한 도덕성을 강요하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가질 의식수준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 방송을 보고 있었을 용접공을 가족으로 둔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한 강사의 발언에 우리가 이렇게 공분하는 이유는 사실 더 근본적인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일화는 학벌 우월주의에 빠져있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해야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편협한 사고는 과연 주씨만의 것일까요. 급식 조리 종사원을 ‘밥하는 아줌마’라고 표현했던 국회의원, 학용품에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등의 문구를 새겨 인권침해 논란을 부른 문구류 업체들, “열심히 살았다면 대기업에 갔을 것”이라며 공무원 준비생을 비하한 또 다른 스타 강사 등 너무나 많은 이가 학벌주의로 뒤틀린 사회 속에서 쉽게 말을 뱉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쿡기자와 읽는 독자들 역시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