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산딸나무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산딸나무

기사승인 2020-05-15 12:01:56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고, 맛있는 빨간 딸기가 열리는 나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나무가 있으니 바로 ‘산딸나무’이다. 산에서 자라는 나무로 가을에 붉게 열리는 열매가 딸기를 닮았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늦봄에서 초여름에 작년에 난 가지 끝에서 크고 아름다운 하얀색의 꽃이 핀다. 네 장의 꽃잎이 십자가 모양을 이루는데 실제로는 꽃잎이 아닌 꽃받침이다. 

실제 꽃은 십자 모양으로 된 포의 가운데 솟아 있는 작은 구슬 모양에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다. 열매는 늦여름부터 가을 중순까지 익는 데 한 나무에서도 열매가 익는 시기가 차이가 나서 늦가을까지 계속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나무이기도 하다. 열매처럼 보이는 둥근 것은 열매 송이로 꽃턱(花托)에 여러 개의 작은 열매가 붙어 있는 모임 열매(聚果)다.

목재는 가구재, 장식재로 쓴다. 나무껍질에 함유된 해열, 진통 작용을 지닌 키니네(quinine)를 이용하여 동물에 물린 상처를 치료하는데 쓰기도 했다. 한의학에서는 산딸나무의 꽃과 열매를 폐와 호흡기를 이롭게 하고, 어혈을 없애며, 무더위 속에서 지친 정신을 맑게 하며 식욕을 증진하는 약재로 사용한다.

花果药用可补肺、散淤血、防暑降温、提神醒脑、增进食欲

전설에 의하면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는 원래 산딸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그래서 네 장의 크고 아름다운 순백의 하얀 색 꽃은 십자가를, 빨간색 열매는 예수의 보혈을 의미한다. 이 전설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교회에 이 나무가 많이 심겨 있다. 하얀색의 꽃이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이 아름답고, 식용할 수 있는 딸기 모양의 붉은 색 열매도 산딸나무의 관상용으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산딸나무의 한자 이름은 사조화(四照花)이다. 『산해경』에 “남쪽의 소요산에는 나뭇결이 검으며 그 빛이 사방을 비추는 나무가 있는데, 이것을 몸에 걸치면 길을 잃지 않았다”라고 나와 있다.

《山海經》:「南山經之首曰招搖之山……有木焉,其狀如穀而黑理,其華四照,其名曰迷穀,佩之不迷」

‘사방을 환하게 비추는 꽃으로 이 꽃을 지니면 어두운 밤길에도 길을 잃지 않게 한다’는 뜻의 사조화(四照花)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다른 이름도 많아서 산복분(山覆盆), 산여지(山荔枝), 야여지(野荔枝), 미영꽃나무 등으로도 불린다. 

복분자를 닮았다 하여 산복분(山覆盆)라고도 불리며,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맛볼 수 있는 맛있는 과일인 리치(Litchi)의 한자인 여지(荔枝)를 닮은 열매가 열린다 하여 산여지(山荔枝), 야여지(野荔枝)라고도 불린다. 미영꽃나무라고도 불리는데, 미영꽃나무는 고추나무의 이명(異名)이기도 한데, 고추나무도 하얀색의 아름다운 꽃이 무리 지어 피는 나무로 인기가 높다.

늦봄에서 초여름을 환하게 밝혀주는 산딸나무 꽃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의 계절이 우리 곁에 오고 있다.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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