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쿠팡이 위기에 직면했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방역 원칙들이 과연 제대로 지켜졌는지 세간의 의심은 거세지고만 있다. 최근에는 계약직과 외주업체 직원이 물류센터 근무 도중 사망하는 사고도 2건이나 발생해 악재가 겹쳤다. 여론은 금세 싸늘해졌다. 세간에선 “사람을 갈아 쓴다”, “물건만 있고 사람은 없다” 식의 차가운 반응이 나온다.
사실 쿠팡의 대응은 부천 물류센터 집단감염 초기부터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꾸준히 자체 방역을 해왔음을 들어, 첫 확진자 발생 후에도 이 사실을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센터를 이틀간이나 운영했다. 이외에도 자가격리자에게 물류센터 근무가 가능한지 묻는 등 현장과의 엇박이 이어졌다. 초기 대응에 구멍이 있었음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방역당국의 현장 검사 결과 역시 실망스러웠다. 부천물류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사용했던 안전모, 노트북, 마우스, 키보드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방역당국은 “감염자의 침방울이 이런 물건에 묻어있다가 여러 사람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방역을 해 왔다는 쿠팡 측의 설명과 대치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쿠팡은 사건 직후 “부천 물류센터는 3월 2일 오픈 후 85일간 매일 2회, 170회 이상 전문방역 등이 진행됐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주문에서 배송까지 바이러스 확산을 체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라고 했다. 또 “모든 물류센터에 열감지기를 설치해 감염증상이 있는 직원의 출입을 걸러냈다”라고 적극적으로 언론보도에 대응해왔다.
물론 쿠팡 입장에선 ‘우리는 지침을 내렸으나, 그들이 지키지 않은 것’이라는 식의 반박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자체가 ‘그들만의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본사에서 물류센터의 현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혹여, 물류센터는 동등한 협력관계가 아닌 상명하복의 관계라는 시각을 깔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본사와 물류센터의 괴리는 현장의 근로자들의 증언으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앞선 쿠팡의 해명 이후, ‘물량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방침으로 방역 원칙들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근로자들의 주장이 언론 보도를 통해 잇따랐다. 방역당국도 역학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방역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에는 반쪽짜리 사과문으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엄밀히 말하면 홈페이지를 통한 ‘안내문’이다. 쿠팡은 사과문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이마저도 첫 확진자 발생 닷새 만에야 올라온데다, 지금은 모바일과 홈페이지에서도 사라졌다. 내용 역시 내부 근로자의 안전보다는 ‘고객 상품은 안전하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태는 '배송 노동자 인권‘ 문제로까지 커지는 양상이다. 쿠팡의 대응에 사람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원인일 터다. ‘쿠팡맨은 좋아도 쿠팡은 싫다’라는 말이 돌고 있는 게 요즘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문제인지 쿠팡은 이번 사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쿠팡 힘내라’라는 응원은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감사함이지, 이를 로켓 배송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착각해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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