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국내 은행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와 발맞춰 중소기업과 서민금융 지원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지원에 노력중인 국내 은행과 달리 공급을 줄이거나 소극적인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이 사회적경제기업에 공급한 대출규모는 전년말 대비 17.2% 가량 증가한 9961억원으로 집계됐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자금 수요자에게 대출 및 투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기준 가장 많은 사회적금융을 공급한 은행은 IBK기업은행(2707억원), 신한은행(1902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14억원)과 씨티은행(15억원)은 사회적경제기업 대출 지원에서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방은행인 지방은행은 부산은행(281억원), 대구은행(271억원)보다 작은 규모인 것이다.
기술신용대출 공급도 사회적금융과 마찬가지로 외국계은행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술금융대출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보증·대출·투자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5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35조6114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4.6% 증가했다. 이 중 SC제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기술신용대출 공급량을 줄였다. SC제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전년말 대비 38% 감소한 56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은 전년말 대비 17.5% 늘린 1조1458억원의 기술신용대출을 공급했다.
사실 외국계은행이 국내 소상공인 및 서민금융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지난 4월경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정부와 은행권이 함께 나선 ‘이차보전대출’의 전체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이 중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이차보전 대출 실행액은 100억원 규모에 그쳤다. 7월 기준 이차보전대출 공급량이 거의 소진된 것을 감안하면 전체 비중의 0.2%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 단체에서는 외국계은행들이 단기적인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 ‘근시안’적인 영업행위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글로벌 금융사로 그들의 기준에 맞춘 영업행위만을 이어갈 뿐,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토착화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며 “은행이 해야 하는 공적 역할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외국계은행들의 영업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게 돼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는 등 실적자체는 좋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때에는 고객들의 마음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한국의 금융소비자들의 외면을 초래하게 되면서 국내에서 장기간 영업하기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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