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피해에도 농작물재해보험 외면...이유는

역대급 폭우피해에도 농작물재해보험 외면...이유는

기사승인 2020-08-21 05:00:13
▲구례군청 직원들이 10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한 마을에서 폭우로 인해 유출된 기름으로 망가진 농경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원주에서 복숭아 과수를 재배하고 있는 농민 A씨는 집중호우로 인해 복숭아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매달려있던 과실도 썩어버리는 등의 큰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A씨는 이를 보험사에 연락해 피해 산정을 요청했지만, 떨어진 과실(낙과)만 보상해주고, 매달린 과실에 대해서는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집중호우와 5호 태풍 장미로 인해 농작물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농작물재해보험인데, 농작물재해보험이 정작 농민들한테 외면받으면서 피해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호우로 13일 기준 2만7932㏊ 규모의 농경지가 침수·유실, 매몰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벼 피해가 2만2304㏊로 전체의 80%를 차지했으며 ▲기타 밭작물(1802㏊) ▲채소류(1638㏊) ▲인삼 등 특작(698㏊) 품목이 그 뒤를 이었다.

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NH손해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 상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의 외면을 받으며 농작물재해보험의 지난해 기준 가입률은 38.9%에 그쳤다. 

이같은 농민들의 농작물재해보험 외면의 원인은 농작물재해보험이 실질적인 피해보상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은 손해보험사 중 NH농협손해보험만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농작물재해보험의 약관을 살펴보면 피해 산정 방식 및 보상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보인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내용을 살펴보면, 사과나 복숭아와 같은 과수류는 태풍, 강풍 등에 의한 낙과와 우박으로 인한 상품성 저하가 가장 큰 손실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위험보장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냉해의 경우 기본보장 내역에 들어가 있어 올해 초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냉해피해의 경우 기본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번 장마의 경우 특약 가입을 하지 않는다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낙과 개수를 중심으로 피해를 산정하다 보니 상품성이 떨어져 팔 수가 없어도 보상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현재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 품목도 67개 작물로 제한돼 있다. 해당 품목에 해당되지 않는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자체가 제한돼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지원금 이외의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방법이 전무한 셈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료 할증제도로,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피해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로 피해보상금을 수령할 경우 3년간 할증된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외에도 재난 발생으로 해당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경우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농가는 재난지원금 수령이 불가능하다.

농업 전문가들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이드라인을 합리화하고 농민들의 가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농가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제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 개선과 농가 가입률 제고 방안이 함께 강구되야 한다”며 “특히 과수 특약사항이나 미보상 감수량, 보험료 할증제 등을 중심으로 농가의 민원사항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이를 우선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자연재해 발생 증가에 따라 농작물재해보험 재원 소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며 “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NH손해보험 이외의 민영 보험사의 농작물재해보험 판매·운영 및 재보험 사업 참여 유도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는 “농작물재해보험과 관련, 농민분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농작물재해보험의 가입률을 늘리고, 실질적인 보장을 통해 고민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 연구용역을 준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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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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