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로 이적했던 황희찬은 지난 시즌까지 유럽 무대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성장을 위해 두 차례 임대를 떠났기도 했지만 별 소득 없이 원소속팀으로 돌아왔다.
한낱 유망주에 불과했던 그는 지난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16골 1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유럽 진출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시즌 도중 엘링 홀란드(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미나미노 타쿠미(리버풀)가 팀을 떠났지만, 홀로 팀을 끌어가며 잘츠부르크의 7년 연속 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많은 팀들의 이목을 끈 황희찬은 지난 7월 1500만 유로(약 202억원)에 RB라이프치히에 새 둥지를 틀었다.
라이프치히에서도 황희찬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라이프치히는 황희찬에게 11번을 부여했다. 11번은 라이프치히의 황금기를 이끈 티모 베르너(첼시)가 달던 번호다. 사실상 에이스 대우를 해준 셈.
많은 기대를 받은 황희찬은 ‘2020~2021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뉘른베르크와 1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하는 듯 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면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갔다.
하지만 본격적인 리그가 시작되면서 황희찬은 벤치 멤버로 밀려났다. 지난 시즌에 뛰던 선수들을 밀어내지 못했다.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포칼컵 이후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지난달 26일 레버쿠젠과 리그 2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엉덩이 부상을 입어 전열에서 이탈했다.
A매치 휴식기를 통해 부상을 털어낸 황희찬은 지난 17일 아우크스부르크와의 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34분 교체투입돼 복귀전을 치렀다. 21일에는 독일 라이프치히 RB아레나에서 열린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바샥세히르와 H조 1차전에서는 후반전 교체 출전했다.
이날 황희찬은 자신의 장점인 활동량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후반 6분에는 수비를 제치고 페널티지역 돌파 후 과감한 슈팅을 때리기도 했으며, 후반 16분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뒤따르던 타일러 애덤스에게 백패스를 건네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교체 직후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후 활약이 저조했다. 플레이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아직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한 탓인지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순간적인 판단이 늦었다. 여기에 새로운 동료들과의 호흡도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못했다. 팀이 2대 0으로 승리를 거두고, 평점 6.5점으로 준수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황희찬은 웃지 못했다.
지난 시즌 자신의 주가를 한층 높인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황희찬은 반등을 노렸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오고, 새로운 팀에 적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황희찬에게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율리안 나겔스만 라이프치히 감독은 골닷컴과 인터뷰에서 “황희찬에겐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모두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면 더 만족스러운 승리였을 것”이라며 “훈련 시간이 적었다. 곧바로 적응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황희찬은 제 노력을 다했다. 그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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