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은 다년생 식물로, 겨울에도 대부분 줄기가 살아남는다. 목질의 줄기는 매년 굵어지므로 나무로 분류된다. 칡을 뜻하는 한자 갈(葛)은 식물을 뜻하는 풀초(艸)밑에 ‘가로 막다’라는 의미의 알(曷)자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칡의 덩굴이 빠르게 자라서 주변을 에워싸는 경우가 많음에서 유래한 글자이다.
칡의 이런 강인한 생명력은, 주위의 다른 식물들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모두 독차지, 칡덩굴이 우거진 곳은 금방 황폐화하기 일쑤이다. 이 때문에 줄기로 바구니와 광주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뿌리와 꽃은 약재와 차의 원료로 이용되는 등 칡이 가진 다양한 좋은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칡은 유해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한의학에서는 칡의 뿌리를 갈근(葛根)이라 하여 귀한 약재로 사용한다. 갈근(葛根)은 우리가 흔히 보는 덩굴성 칡 (Pueraria thunbergiana Benth)의 뿌리이다. 갈근(葛根)은 음력 5월쯤에 채취, 건조해서 약재로 사용한다. 맛은 달고 약간 맵고, 성질은 평이하다.
葛根甘辛平, 散寒解表, 疏散風熱, 透疹, 益胃生津, 止瀉 ,治酒毒
발한해표(發表解肌), 소산풍열(疏散風熱) 작용은 차가운 기운으로 뭉친 등과 어깨의 근육을 풀어줌을 의미한다. 즉, 초기 감기에 열은 나지만, 땀은 나지 않고 목덜미와 등이 뻣뻣한 증상을 다스린다. 투진(透疹)은 피부 질환을 치료해주는 효능을 의미하는데, 이를 위해선 허한 위장을 다스려서 인체에 필요한 진액을 생성하는 익위생진(益胃生津) 작용이 함께 한다. 묽은 변, 설사 등을 치료하는 지사(止瀉) 작용과,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해소하는 치주독(治酒毒)도 갈근의 중요한 약리작용의 하나다.
칡에 함유된 주요 성분들로는 다이진(daidzin), 다이드제인(daidzein), 푸에라린(puerarin), 베타-시스테롤(β-sitosterol) 그리고 스타치(starch)를 들 수 있다. 다이진(daidzin)과 다이드제인(daidzein)은 근육의 긴장으로 인한 통증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어깨, 목 등 상체의 근육들이 뻐근할 때 이용하면 효과가 좋다.
푸에라린(puerarin)은 다량의 항산화 물질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관상동맥을 확장하여, 혈류량을 증가시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베타-시스테롤(β-sitosterol)은 콜레스테롤 레벨을 낮춰주는 작용을 한다. 전분인 스타치(starch)는 지친 인체에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해열, 진통, 혈관이완의 작용을 가진 갈근은 대표적인 감기 처방인 갈근탕(葛根湯) 등에 이용된다.
갈근 뿐 아니라 칡의 꽃도 약재와 차의 원료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칡꽃은 갈화(葛花)라고 하는데, 초여름 전국의 산야에서 아름다운 보라색 또는 자주색의 칡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는 갱년기가 되면,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은 물론 비만, 고지혈증, 지방간 등으로 인해 만성 질환인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폐경 후 여성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폐경 전 여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때 갈근에 함유된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isoflavone)은 에스토로겐과 유사한 기능을 나타내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칡은 100g당 900mg 정도 높은 이소플라본을 함유하고 있다. 뿌리와 꽃을 함께 달여 먹으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토의 63%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왠만한 유명한 산 밑에 가면, 칡을 생즙으로 내어 파는 곳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런 생칡즙은 등산 전후의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가까운 산에 들려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보고, 내려오는 길에 달콤하면서도 쓰며, 약간의 매콤한 맛과 향을 지닌 칡즙 한잔으로 피로를 풀어보며 신록의 계절을 즐겨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