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다시 한 번 고밀도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가운데 정부가 미국 관세 협상 카드로 해당 사안을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IT 업계는 국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22일 현재 IT 업계는 구글의 1대 5000 축적 데이터 요청에 대해 ‘구글 맵’을 넘어 자율주행, 증강현실 등 공간정보산업 주도권을 잡기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어 축적 데이터 제공은 네이버‧카카오 등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공간정보산업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브이월드에 등록된 국내 공간정보 관련 기업의 수는 54개사며 대부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공간관련 제조업, 정보‧기술‧교육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이들에게 빅테크 기업인 구글이 고밀도 지도를 통해 관련 산업을 확장할 시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고밀도 지도 데이터 요청이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유로 재요구한 것은 트럼프 관세를 이용하는 셈”이라며 “국가 안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는 요소를 관세 협상 카드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2월 18일 국토지리정보원(국지원)에 1대 5000 축적 지도 데이터를 미국 구글 본사와 해외 소재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관광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이유로, 1대 5000 축적 지도는 50m 거리를 거리상 1cm로 수준으로 표현한 고정밀 지도다. 현재 구글 지도는 한국을 1대 2만5000 축적 지도로 표현 중이다. 앞서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도 관광을 이유로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불허했다.
특히 당시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에 데이터센터 설치와 안보시설 비공개를 조건으로 반출을 허용했지만 구글이 거부했다.
현재까지도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제외한 도보와 자동차, 자전거 길 찾기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구글 맵에서 이와 같은 정밀 지도 서비스 이용이 불가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북한, 이란, 시리아, 러시아 등이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의 주 목적으로 관광을 내세우고 있으나 고밀도 지도가 꼭 필요한 분야가 아니기에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며 “지도는 업데이트가 중요하기에 한국에 서버를 두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정확한 정보 제공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구글이 국내 산업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전 한국빅데이터학회장)는 “구글이 유튜브를 활용해 고정밀 지도 위치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국내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모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며 “구글이 본격적으로 한국 기업들과의 상생 의사를 표하고, 법인세 논란 등을 해결한다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트럼프 관세 카드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무조건적인 허용보다 구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정해 국내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지난해 매출 3868억원을 기록했음에도 납부한 세금은 172억원에 불과하다. 네이버가 지난해 3902억원의 세금을 낸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 구글코리아는 서버와 인프라 등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매출을 과소 상계하고 있다. 구글의 법인세 논란도 해결해야할 사안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지난달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을 유일하게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을 제한하는 국가로 지목했고, 구글의 요청까지 겹치자 상호관세 협상 카드로 떠올랐다.
국지원은 구글의 요청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해 국가 안보 관련 사항을 검토한 뒤 최대 60일 안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기간엔 토요일과 공휴일이 제외된다. 구글의 신청일 기준으로 결정 기한은 내달 15일이지만 한 차례 60일 연장이 가능해 최종 기한은 8월 8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