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암 환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대표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은 우리나라 암 사망원인 1위이자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1차 치료제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도 3년째 급여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보강 데이터를 제출해 재심사를 받은 올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심평원 암질심)에서도 또 다시 급여 서류 심사에서 발목이 잡혔다.
3년째 급여 1차 관문에 발목… 환자 고통 커져
타그리소는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아 현재 40여개 국가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암 치료 가이드라인인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타그리소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가장 높은 등급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폐암 치료제로 치료에 실패하거나 T790M이라는 특정 변이가 발견되었을 때만 2차로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 약값을 온전히 비급여로 대야 하는 환자들은 타그리소 급여 탈락 소식을 들을 때 마다 절망감을 호소한다.
폐암 환자 가족 A씨는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복지부 장관이 타그리소 가격이 높지 않다며 급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019년부터 3년째 암질심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관이 바뀌어서인지 정부가 환자와 가족들과 한 약속을 완전히 잊은 것 같다. 암 치료에만 집중하기도 벅찬데 급여 탈락 소식이 계속 들려오니 그때마다 좌절감이 상당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A씨는 “급여화 실패 소식을 연이어 접한 환자의 정신적 고통이 너무나 큰 나머지 환자가 ‘식구들에게 심한 경제적 고통을 주고 있어 정말 죽고 싶다’고 울면서 이야기한다”며 비통해 했다. 그는 “주치의가 암보다 우울증 등 정신적 질환으로 큰 일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해 환자 혼자 두고 장시간 외출해야 할 때를 대비해 집 안에 CCTV도 설치했다. 선생님이 환자 상태가 좋아져도 평생동안 타그리소를 복용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약값을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에도 타그리소 치료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8개월 간 폐 엑스레이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고, 4기 암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상에 가까운 일상을 유지하며 통원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타그리소를 1차 치료 급여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왜 이런지 답답하다”며 “암 환자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정부와 심사위원들에게 실망이 크다. 주치의도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도 몇몇 목소리 큰 교수들의 분란에 끼고 싶지 않다고 말하더라”며 타그리소 급여 확대 불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와 심사위원들에게 실제 타그리소로 치료 중인 환자들을 직접 만나보라고 하고 싶다. 타그리소로 치료가 잘 되고 있어 약값만 급여화로 해결되면 그만한 행복이 없는 환자들이다. 제발 국내에서 실제 성공적인 치료 사례가 있음을 고려해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암 치료 접근성 개선②] 의료진들 ‘강력한 무기 있어도 못쓰는 격’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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