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샤우팅] 포괄수가제 논란, 환자를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환자샤우팅] 포괄수가제 논란, 환자를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글·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기사승인 2021-10-22 08:39:11
2012년 6월 2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과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을 초청해 “포괄수가제 논란, 환자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당시 2012년 7월 1일부터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고, 전국의 공공의료기관에서 553개 질환군에 대한 신포괄수가제 시범운영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이로 인해 포괄수가제 시행을 반대했던 의료계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고, 정부와 의료계의 거짓말 공방까지 가열되어 환자들은 혼란스러움을 넘어 불안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012년 6월 26일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과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을 초청해 “포괄수가제 논란, 환자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포괄수가제 효과에 대해 의료계는 값싼 진료를 양산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각종 편법 동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정부는 10년 이상 진행된 시범사업 결과와 외국자료를 근거로 의료의 질은 오히려 높아지고, 건강보험 보장성도 대폭 확대되고, 과잉진료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도 건실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료계와 정부 모두 환자를 위해 포괄수가제를 “반대한다. 찬성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환자단체연합회 입장에서는 의료계와 정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고, 포괄수가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계 대표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을, 정부 대표로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을 초대해 환자입장에서 포괄수가제 시행에 관해 의문점을 질의하고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계와 정부의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후 내부 논의과정을 거쳤고, 건강보험 지불제도인 포괄수가제는 과소진료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범사업을 통한 평가 결과를 보고 찬반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환자단체연합회는 시범사업을 통해 충분한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에 대해서는 찬성하였다. 후한 정책가산을 인센티브로 내세워 최근에는 공공의료기관 이외 민간의료기관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는 신포괄수가제에 대해서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로부터 의료계에서 우려했던 과소진료 등과 같은 불만이 크게 나오고 있지 않지만 아직은 검증해야할 부분이 남아 있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시범사업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건강보험 지불제도를 “행위별수가”에서 “포괄수가제”로 변경하려면 과소진료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신포괄수가제는 입원 기간 동안 발생한 입원료·처치료·검사비·약제비 등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비용은 포괄수가로 묶어, 미리 정해진 금액대로만 지불하고, 의사의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을 말한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미참여 병원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라고 하더라도 참여 병원에서는 포괄수가로 묶어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 때문에 입원진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특히, 암·희귀난치성질환·심장질환·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의 경우 포괄수가에서 일부 제외되기도 하지만 비급여인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고액의 항암제가 포함되어 입원진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부 중증질환 환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고액의 비급여 약제만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머지 치료는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치료받는 불편한 치료를 받아오기도 했다. 또한 후한 정책가산 인센티브를 받으려는 신포괄수가제 사범사업 참여 병원에서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고액의 비급여 약제도 포괄수가에 포함되어 20%만 내고 치료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 환자를 유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포괄수가제는 검사, 처치, 약제 처방 등 행위를 할 때마다 행위수가를 받아 과잉진료를 유발할 우려가 큰 행위별수가와 달리 건강보험 급여 및 비급여 진료비 전체를 포괄수가로 묶어 그 이외 비용을 환자에게 받는 것을 금지하는 포괄수가제는 과소진료의 우려가 크다. 특히, 고액의 진료비가 들어가 병원 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중증질환 환자에게 과소진료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고액의 진료비가 들어가는 일부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포괄수가에서 제외시켜 비포괄로 고시하는 방법으로 과소진료를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고액의 비급여 약제를 처음부터 비포괄로 하지 않고 포괄수가에 포함시켰다면 이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과 미참여 병원 간의 수익성 관련 형평성 문제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 이용 환자와 미참여 병원 이용 환자 간의 입원의료비 부담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신포괄수가제의 적용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라면 현재 비포괄로 포괄수가에서 제외된 중증질환 환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오히려 포괄수가로 포함시켜 나가는 것이 건강보험 지불방식을 “행위별수가제”에서 “신포괄수가제”로 바꾸려는 정부 정책 방향에도 부합한다.

정부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 이용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내년부터 약제비 폭탄을 예고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선 의료기관에 "2022년부터 적용 예정인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 내용 중에는 “신포괄수가의 지불정확성을 제고하고자 약제와 치료재료의 포괄·비포괄 분류기준을 개선하였고 그 결과, 희귀 및 중증 질환 등에 사용되어 남용 여지가 없는 항목 등은 전액비포괄 대상항목(희귀의약품, 2군 항암제 및 기타 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으로 결정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중증질환 환자들이 2022년 1월 1일부터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일부 고액의 비급여 약제를 신포괄수가인 20% 가 아닌 비급여인 100%로 지불해야 하는 당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선 의료기관에 ‘2022년부터 적용 예정인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신포괄수가제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중증질환 환자들이 건강보험 등재가 되지 않은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일부 고액의 비급여 약제라도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것으로 알고 이제까지 치료를 받아왔던 경우라면 이러한 중증질환 환자들의 신뢰는 존중되어야 한다. 비급여 전환 시 해당 중증질환 환자들은 고액의 약값을 부담하게 됨으로써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한 유형인 신포괄수가제 도입 취지에도 반한다. 따라서 현재까지 신포괄수가제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치료받아 왔던 해당 중증질환 환자들은 계속적으로 이전과 동일하게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선 의료기관에 발송한 "2022년부터 적용 예정인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 안내 공문"으로 인해 불안해할 중증질환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의 신속한 조치를 바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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