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의 가드 오재현이 극적인 순간 해결했다. 전희철 SK 감독의 믿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SK는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안양 KGC와 5차전에서 66대 60으로 승리했다. 2승 2패의 팽팽한 상황에서 SK는 귀중한 승리를 따내며 2년 연속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뒀다.
슛이 없는 선수라 평가받던 오재현이 판도를 바꿨다. 오재현은 18분57초를 소화하며 3점슛 3개 포함 14점을 올렸다. KGC의 예상을 벗어난 활약이다.
수비가 강점인 오재현은 정규 시즌에 158번의 3점슛을 시도해 50개를 성공했다. 성공률은 31.6%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팀의 공격이 답답할 때 마다 한 방씩 넣으면서 SK에 분위기를 끌어올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시리즈에서 오재현의 3점슛이 유독 말을 듣지 않았다. 4차전까지 14번을 시도해 딱 1번만 성공시켰다. 2차전까지 경기당 5개의 3점슛을 시도하던 오재현도 위축되면서 3차전과 4차전에는 2번만 시도했다. KGC 수비수들도 오재현을 수비할 때 새깅 디펜스(돌파를 막기 위해 떨어져서 수비)로 대응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희철 SK 감독은 “어린 선수라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면서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진다. 큰 경기에서 연속 4경기를 계속 슛을 놓치고 있다”라면서 “마음 편하게 하라고 한다. 지난번에도 편하게 잘했는데 슛이 안 터졌을 뿐이다. 볼을 잡기도 전에 어깨가 귀까지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전 감독은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고 한 번 터져주면 어떻게 깨는지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장점은 있는 선수”라고 제자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오재현은 5차전을 작정이라도 한 듯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했다.
스타팅 멤버로 코트를 밟은 그는 경기 시작 5분간 3점슛 2개를 포함해 10점을 넣었다. 외곽 수비의 힘을 뺐던 KGC 수비 변화의 틈을 제대로 찔렀다. 수비 때도 렌즈 아반도를 전담 마크하면서 제 역할을 해냈다.
2쿼터와 3쿼터에 6분26만 뛰며 무득점에 그친 오재현은 경기 종료 5분 10초를 남기고 다시 코트에 투입됐다.
오재현의 진가는 이 때 드러났다. 아반도의 3점슛이 림을 맞고 멀리 튀자 수비 리바운드를 잡고 곧장 앞서 있던 김선형에게 아울렛 패스를 던졌다. 패스를 받은 김선형은 속공을 성공시켜 SK가 62대 60으로 앞섰다.
약 3분 동안 양 팀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오재현은 탄력이 좋은 아반도를 앞에 두고 과감하게 레이업을 시도했다. 공격은 실패했지만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 기회를 잡았다. 1구는 실패했지만 2구는 침착하게 넣어 SK가 3점차로 앞서갔다.
KGC의 오마리 스펠맨이 슈팅을 시도하고 SK에 다시 공격권이 넘어온 상황. 공을 쥔 김선형이 돌파를 시도하다가 사이드에 빠져 있는 오재현을 확인하고 바로 패스를 뿌렸다. 오재현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3점슛을 시도했고, 공은 그물에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승기를 잡은 ‘빅샷’이었다. 전 감독도 오재현의 3점슛이 꽂히자 두 팔을 들며 환호했다.
오재현의 막판 활약에 힘입어 SK는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오재현은 울분이 터진 듯 펑펑 울었다.
경기가 끝나고 전 감독은 “(오)재현이 덕분에 막혔던 게 쭉 내려가는 기분이다. 마지막 3점은 선형이가 잘 줬고, 재현이가 잘 넣었다. 그 순간에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돌아봤다.
오재현도 “그 자리에서 그 슛 하나를 넣기 위해 모든 코치님들이 땀을 흘렸다. 경기 당일까지도 선형이 형처럼 공을 던져주셨다. 코치님들에게 죄송했는데 중요한 순간에 해준 것 같다. 대비를 하고 있었고, 경기에서 잘 나타났다”고 기뻐했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