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볼 수 없는 최고의 명승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안양 KGC는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서울 SK와 7차전을 100대 97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3패를 기록한 KGC는 2020~2021시즌 이후 2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1위, 동아시아슈퍼리그(EASL)에 이어 트레블을 달성했다.
KGC의 해피엔딩으로 챔피언결정전은 막을 내렸지만 ‘역대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는 시리즈였다.
지난 시즌 맞대결에서는 SK가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에는 KGC의 일방적인 우세가 점쳐졌다.
KGC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4강 챔피언결정전에서 고양 데이원을 3승 1패로 꺾는 등 체력적인 여유가 있었다. 반면 SK는 주축 선수였던 최준용이 발바닥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데다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KGC에 비해 2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었다. 전력, 체력 모두 KGC가 앞선다는 평이 따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SK의 저력은 상당했다.
프로 감독 2년차에도 이미 상당한 지도력을 뽐낸 전희철 SK 감독은 갖가지 변수를 들고 KGC를 혼란에 빠트렸다. 1승 2패로 밀리던 상황에서 과거 문경은 전임 감독 시절 주로 사용하던 3-2 드롭존 수비를 꺼내들었다. 올 시즌에는 사실상 볼 수 없던 전술이었다. SK는 4차전에 KGC를 꺾고 시리즈 타이를 만들었다.
KGC 역시 ‘최강자’ 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1차전에서 김선형에게 22점 12어시스트를 내주자 최고의 수비수인 포워드 문성곤을 김선형 전담 수비수로 마크했다. 김선형은 문성곤의 강력한 수비에 꽤나 고전했다.
6차전에는 KGC의 대역전 드라마가 쓰인 경기였다. 3쿼터 한 때 15점차로 뒤지면서 패색이 진던 KGC는 4쿼터에 30대 10을 기록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썼다. 시리즈는 3승 3패가 되면서 2008~2009시즌 이후 약 14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7차전을 가게 됐다.
6차전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7차전은 더욱 더 엄청난 경기가 펼쳐졌다. 3쿼터 시작 직후 KGC가 맹공을 펼치면서 11점차(63대 52)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승부의 추가 점점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SK는 김선형이 홀로 원맨쇼를 펼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선형은 3쿼터에만 3점슛 3개를 포함해 무려 19점을 쏟아부었다.
4쿼터에도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KGC가 다시 8점차로 앞서갔지만, SK는 경기 종료 2분 42초를 남기고 최성원의 3점슛에 힘입어 역전을 만들기도 했다. 4점차로 SK가 앞서가는 상황에서도 KGC는 곧장 스펠맨의 덩크슛과 오세근의 득점으로 재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KBL 역사상 챔피언결정전에서 연장전을 간 건 최초의 일이다.
연장 승부 끝 승리를 따낸 팀은 KGC였다. KGC가 1점차로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하던 상황에서 경기 종료 38초를 남기고 오세근이 공격 리바운드 이후 자유투를 얻어내 3점차 리드를 안았다. SK의 마지막 공격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KGC가 정상에 다시 올랐다.
비록 승자와 패자가 나눠졌지만, 두 팀의 명승부에 농구 팬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쳤다. 흥행도 대박을 쳤다. 2차전부터 7차전까지 모든 경기가 매진됐다. 7차전에서는 총 5905명이 입장하며 시즌 최다 관중 수를 경신했다.
안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