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구명조끼도 없이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특정 지휘관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대상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에 대해서는 ‘중대한 군기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해병대 사령관이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를 수사단장에게 명확하게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성근 1사단장과 초급간부까지 총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를 지난달 30일 결재한 후, 다음날 경찰 이첩을 미루라고 지시한 배경도 설명했다.
이 장관은 “하천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여단장과 현장에서 함께 작전했던 초급간부들이 왜 범죄혐의자인지 질문했고 전 수사단장은 이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석한 한 참모가 ‘8명 모두 범죄혐의자로 적시하는 것이 타당한가’ 문제제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또 “당일 해병대수사단 차원의 조사라는 점을 고려해 보고서에 결재했다”며 “다음날 제기된 의견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회‧언론 설명 취소와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지시가 사령관과 부사령관을 통해 명확히 하달됐고 사령관이 수사단장에게 직접 이첩보류를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이 장관은 “재검토 결과 8명 모두를 업무상과실치사 범죄혐의자로 판단한 수사단의 조사결과는 과도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 가능하다는 여단장의 지침을 위반하고 허리 높이까지 입수를 직접 지시한 2명은 범죄혐의가 인정되지만 지휘계에 있거나 현장통제관 임무를 부여 받은 4명은 범죄의 혐의를 특정하기에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2명은 현장통제 임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혐의자로 오판했음을 확인했다”며 “재검토 결과는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기록 일체와 함께 경찰에 이첩 및 송부될 것이므로 향후 경찰 등의 수사를 통해 사고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논란도 언급했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이 장관에게 대면 보고한 뒤 지난 2일 경찰에 관련 서류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보류’ 지시를 어기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단 이유로 항명 혐의로 입건됐다. 박 대령은 입건 이후 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요구하는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첩 보고 후 적법하게 사건을 넘겼다고도 주장했다.
이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장의 행동은 해병대사령관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한 ‘중대한 군기위반 행위’이자, 군의 지휘권을 약화시키고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항명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잘못을 엄중히 처벌해야 하지만 죄없는 사람을 범죄인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는 것이 장관의 책무”라며 “필요한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직할 최고위 수사기관인 조사본부는 이날 임 사단장 등 4명에 대해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해병대 수사단에서 이관된 사건기록 전부를 경찰로 송부한다고 밝혔다. 여단장 지침을 위반하고 허리까지 입수하라고 직접 지시한 현장 지휘관인 대대장 2명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로 이첩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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