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력’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빗대며 거야(巨野)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 정치개혁 의제를 전면적으로 꺼내 들며 야당과의 차별화, 중도 외연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18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원외 비대위원장의 의원총회 참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각종 현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직접 수렴하고,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의총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많은 시민들이 국민의힘에 감정이입을 해서 저런 발목잡기 정치, 음모론 정치를 이번 4월에 끝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길을 명분이 있고 원칙을 지키는 한 뭐든 찾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정치권의 우려를 거론했다. 예상보다 빠른 등판, 전무한 정치 경험 등이다. 그는 “제가 국민의힘에 온다고 하니까 주변에 많은 해설가들이 ‘너무 빠르다’, ‘이미지를 그렇게 소모하면 안 된다’라고 충고하는데 저는 아니다”라며 “저는 4월10일까지 완전히 소모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그런 절실함과 그런 파격을 찾을 때다. 그래야만 승리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제가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그리고 어떤 감을 잡고 경험하기 위해선 절대적 시간이란 게 필요하다. 같이 가 달라. 저는 이기는 길이라면 뭐든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제시했던 ‘5대 정치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까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지역의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법 추진 등 다섯 개의 정치개혁 시리즈를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간간히 있어오던 얘기라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저희는 국민이 무섭고 국민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정치개혁을 하는 게 맞다. 정말로 국민에 잘보이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은 누가 더 국민에게 절실하게 다가가느냐에 승부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더불어민주당 겨눈 발언을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우린 음모론 퍼뜨리는 세력, 사사건건 국민의 앞길과 정치 앞길을 막는 세력이 아니다”라며 “우린 절실하게 승리하고 싶고 그래야만 지금 이런 독주, 무법천지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피습’ 관련 가짜뉴스 배후에 국무총리실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정조준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력’이라고 규정하며,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우리가 막으려는 세력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은 세력”이라며 “우린 다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우리가 가진 특권을 내려놓고, 정치개혁 하고, 그 권력을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 같이 참여해달라”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김예지·김경율·구자룡·장서정·한지아·박은식·윤도현 비대위원은 한 뜻으로 총선 의지를 피력했다.
김예지 비대위원은 “총선 승리만 생각하면서 뛰겠다”고 말했다. 한지아 비대위원은 “통합 정신과 선민후사의 마음으로 노력하면 분명 4월에 서울의 봄, 우리 국민 모두에게 봄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우리 당에 패배주의, 패배 의식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장담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 절대 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은식 비대위원 역시 “광주는 제 고향이다. 이 나라 미래가 달린 엄청난 전투에서 제가 있어야 할 전장은 바로 광주”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을 보며 “우리는 분명 보수 우파 정당이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을 보면 우리가 지금의 민주당보다 훨씬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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