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 문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다. 이같은 위기 현상은 수도권보다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억대의 지원금을 내건 지자체를 비롯해 온갖 기상천외한 정책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표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위기 의식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화천군에 따르면 군은 민선 8기 정책의 가늠좌를 새로운 주택 건설에 맞췄다. 거주 중인 군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유입 인구의 정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안정적 주거환경이야말로 한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가기 위한 바탕이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든 강력한 교육복지, 돌봄정책에 주거 지원을 결합한 정책 패키지로 인구감소와 저출산의 그늘을 벗어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러한 전략의 첫 단계로 화천군은 공공 임대주택 건설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화천군이 건립을 확정한 공공 임대주택은 모두 337세대다.
우선 지난 2018년 화천읍 신읍리에 착공한 마을정비형 공공 임대주택에서 이르면 연내 입주가 시작된다.
총 사업비 176억원이 투입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과 운영을 맡게 되는 마을정비형 공공임대주택은 영구임대 20세대, 국민임대 100세대 등 총 120세대 규모로 입주자 모집은 이미 완료됐다.
또한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통합 공공 임대주택이 화천읍 신읍리 일대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통합 공공 임대주택은 70세대 규모로 작년 화천군이 국비 약 66억원을 확보했다. 총 사업비는 242억원으로, 2026년 연말 이후 건설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화천읍 하리, 옛 화천읍사무소 부지에서는 지난해부터 산천어 행복타운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72세대가 입주하게 될 산천어 행복타운은 지하 1층, 지상 15층 규모로 지어지며, 저층부에 화천읍사무소 업무시설이 자리잡게 된다.
사내면 지역에는 사창리 일대에 2027년까지 고령자 복지주택 60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223억원 규모로, 65세 이상 고령자 중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도시 근로자 평균소득 50% 이하인 주민이 입주 대상이다.
입주자 특성에 맞춰 1층에 1000㎡ 면적의 실버복지센터를 계획 중이며, 이에 소요 예산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
하남면에서는 주상복합시설인 스마트 복합쉼터가 연면적 2170㎡, 지상 4층 규모로 2026년까지 건립된다. 주택 15세대가 쉼터 내에 조성되며, 편의점과 로컬식당 등을 갖추게 된다.
나아가 화천군은 지역 내 수많은 군인가족들의 안락한 주거환경 보장을 위해 국방부와 각 지역별 군인 아파트 건립사업을 위한 협의에 나서고 있다.
화천군은 공공 임대주택 확충 뿐 아니라, 주택 신축을 위한 공공 택지 조성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동서고속화철도 화천역세권인 간동면 간척리 일대에 약 150억원을 투입해 '간동 세대 공존 자립형 주거단지'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택지에는 전원주택 70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부지와 기반시설이 내년까지 들어설 것으로 보이며, 군은 각종 행정절차를 마무리 후, 곧바로 택지 조성 공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북한강을 끼고 있는 하남면 거례리에도 10여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전원주택 택지가 내년까지 조성된다.
이 밖에도 화천군은 최근 하남면 위라리와 화천읍 일대에 각각 민간 사업자가 준비 중인 주상복합 아파트 총 326세대 건설사업 계획을 신속하게 승인한 바 있다.
화천군은 주택 건설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주택 구매와 주거 유지비에 대한 파격적인 재정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화천에 주소를 두고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가 연면적 100㎡ 이하 단독주택 신축 또는 매입 시, 주거전용면적 85㎡ 이하 공동주택 매입 시, 금융기관 융자에 따른 이자액 최대 50%(융자금 추천한도 2억원 이내, 발생 이자 3% 이내)를 지원한다.
또 향후 조례제정과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화천지역 청년 및 신혼부부 임대주택 입주 또는 예정인 무주택자를 위해 임대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임대주택의 보증금은 물론 월 임대료의 대다수를 군이 지원하고,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거주 기간을 크게 늘려주는 방식인데 공직선거법 등 관련된 법률적 사항을 검토 중이다.
단독주택 신축과 노후 주택 개량도 지원한다.
화천군은 다세대 공동주택 뿐 아니라, 단독주택 신축과 노후 주택 개량 지원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노후하거나 불량한 농촌주택의 개량 또는 신축에 필요한 일부 비용에 대해 금융기관을 통해 저금리 융자를 알선키로 했다.
사업대상 주택은 연면적 150㎡ 이하 농촌주택으로, 신축은 최대 2억5000만원, 증축과 리모델링, 대수선은 최대 1억5000만원 한도에서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이뤄지며, 고정금리(연 2%)와 변동금리 중 선택할 수 있다.(만 40세 미만 청년의 경우 고정금리 1.5%)
앞서가는 화천군의 정책 드라이브, 새로운 모델 될까?
화천군의 교육지원과 복지, 보육정책은 타 지자체보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자체 내에 교육복지 전담부서 설치가 그랬고, 대학생 무상교육이 그랬다. 지역 초·중·고교생 무상 해외 어학연수와 배낭여행 지원, 강원특별자치도 첫 어린이 전용 공공 도서관 건립, 지자체 주도의 기숙형 학습관 운영에 이르기까지, 실험적 도전에 나서 나름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왔다.
정부가 올해부터 초등학교 중심으로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구상됐던 화천군의 지자체 주도 초등 종일 돌봄시설 건립 역시 이러한 전국적인 보육 서비스 강화 기조에 5년 이상 앞서 있는 조치다.
화천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육×보육×주거 패키지 지원'으로 다시 한 번 승부를 걸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안정된 주거에 교육지원과 돌봄 서비스까지 더해진다면, 우리 군의 최우선 정책목표인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구현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화천=한윤식 기자 nssy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