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지만 관광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실적 쇼크를 맞은 면세업계와 다르게 호텔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덕을 보며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72만7000명으로, 지난해(약 15만명)보다 384.7% 증가했다. 이에 호텔과 카지노 업장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처음으로 월간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지난 5월 카지노와 호텔(별도 기준) 부문의 동반 매출 호조에 힘입어 410억53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였던 지난 2월 기록(329억8400만원)을 3개월 만에 경신한 것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219억6000만원) 대비 50% 이상 상승한 수치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제주 해외 직항 노선의 지속적인 확대에 힘입어 5월 초 슈퍼위크 기간 큰 특수를 누렸다”면서 “중국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외국인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과 제주 등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도 지난달 카지노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증가한 787억원을 기록했다. 투숙률 증가에 힘입어 새로 개관하는 호텔도 있다. 지난 16일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는 제주시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관광객 1인당 소비 금액은 급격히 감소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올해 4월까지의 외국인 관광객 신용카드 사용액이 1인당 약 34만8000원이라고 밝혔다. 1인당 103만원 수준이었던 지난해 동기 기준 30% 수준에 그치는 금액이다.
금액 감소는 면세업계 타격으로 이어졌다. 신라면세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7% 감소했고,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8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7.1% 감소했다.
관광객이 늘었음에도 면세업계 실적이 악화되는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스타일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이 몰려와 쇼핑센터나 면세점을 쓸어 가는 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최근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개인 단위고, 쇼핑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호텔 부문 실적이 오른 것도 개별 관광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쇼핑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핫 플레이스에서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관광하는 것이 최근 유행”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