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아홉 시에 신청했는데 아직도 환불 안 됐어요. 더 늦게 온 사람도 받고 나갔는데, 일처리 똑바로 되고 있는 거 맞아요?”
25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 1층은 오전 8시부터 환불을 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현장에선 환불 접수 이후 5~6시간 이상 대기를 하던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와 고성이 오갔다.
백홍석(46·가명)씨는 “오늘 8시 30분 전에 와서 수기로 환불 서류를 작성했다”며 “오늘 오후 안으로 입금된다고 말했는데 아직도 환불이 되지 않았다. 자리를 떠나면 또 순서가 밀릴까봐 밥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마치 전쟁통에 나와 있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위메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는 현장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환불 접수 방식을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접수로 전환했다. 위메프에 종이와 QR코드로 접수한 환불 신청서는 위메프 직원이 상품과 결제 정보 등을 확인한 뒤 신청한 환불 은행 계좌로 현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나중에 접수한 고객의 환불이 먼저 완료되는 상황이 생기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한 고객은 “오전 11시 50분에 접수한 사람은 네 시간만에 환불 처리까지 끝났다고 들었는데, 오전 9시 전에 왔는데도 아직 환불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며 “대체 환불되는 순서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분노했다.
위메프는 인력 부족 등을 겪고 있어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장에 있던 위메프 관계자는 “현재 최대한 빠르게 환불 처리를 하려고 하지만, 인력이 모자란 관계로 환불 정보 등을 확인하고 입금시키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오전에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오모(31·여)씨는 “연차를 내고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오후 1시에 현장에서 환불을 접수했고, 오늘 안에 돈을 받고 다시 (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환불 서류를 작성하고 오랜 시간 대기한 고객들은 대부분 출발 날짜가 임박한 항공권·숙박권 등 고가의 여행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기정(33)씨는 “가족들이랑 가기 위해 110만원 상당의 숙박업소를 예약했다. 당장 이틀 뒤에 체크인해야 하는데, 업체 측은 위메프 건은 취소하고, 재결제를 해야 예약이 유지된다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환불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여행을 가야 할지도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장 관계자는 “오후 5시 기준 현재까지 수기로 받은 환불 신청 건수가 약 850건인데, 그 중 300건 정도는 환불을 완료했다”며 “온라인과 큐알 코드 등으로 접수된 환불 건수는 아직 전부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출석 요구를 받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5시에 위메프 본사에서 고객들의 질의에 답하며 “(공정위에) 출석해야 하는데 고객들을 응대해야 해서 아직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구영배 회장(큐텐 그룹 오너)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티몬을 이용한 소비자와 판매자 등의 항의가 거세지자 정부는 이날 오후 위메프와 티몬에 긴급 현장점검을 나서는 등 급하게 조치를 취했다. 현재 티몬의 사옥은 닫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