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한동훈 ‘의대 증원 유예안’ 거절…‘당정갈등’ 초읽기?

용산, 한동훈 ‘의대 증원 유예안’ 거절…‘당정갈등’ 초읽기?

한동훈 “의대 증원 유예하자” 대통령실에 제안
대통령실 “일관된 입장…변함 없다” 사실상 거절 의사
30일 예정된 윤·한 만찬 회동도 추석 이후로 연기
수면 아래 당정 갈등, 다시 부상 해석도

기사승인 2024-08-28 18:04:24
윤석열 대통령에게 허리숙여 인사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 요청안을 거부하면서 당정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다. 특히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이 연기되면서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한 대표 의대 증원 유예 제안에 대해 “한 대표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의료 개혁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항상 일관되어 있다”며 수용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27일 한 대표의 의대증원 유예안 검토 요청에 대해 거부했으며, 이에 한 대표는 한 총리의 거부 입장 표명 직후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대 증원 계획의 유예안을 대통령실에 제안한 배경으로 민심을 들었다. 한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당이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친한계로 평가되는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다소 갈등 상황처럼 보일지라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만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이든 대통령실이든 정부든 힘을 모아야 한다”며 한 대표의 주장에 힘을 보탰따.

당에서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한 대표가 정부의 기존 방침과 다르게 유예안을 제시한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의정 갈등이 심각한 사안으로 당내에서는 바라보고 있다”며 “정부와 당의 의견이 늘 100% 일치할 순 없는 게 아니냐. 한 대표가 결단을 내리고 유예안을 제시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 제안을 두고 당내 갈등이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다. 한 대표가 유예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직후 당초 30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전격적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28일 언론 공지를 통해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여당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가 대통령실에 “그러면 대통령실이 대안을 제시해 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당정 갈등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다른 당 관계자는 28일 쿠키뉴스에 “(당 지도부나 한 대표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엔 어렵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쿠키뉴스에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한 대표는 만찬이 연기된 것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며 “이미 (윤한 갈등이) 시작된 거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한 갈등은 정리하면 여론을 따르려는 측과 장기적인 국가 방향성이 옳다고 생각하는 측의 갈등”이라며 “이 문제는 개인 이익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을 따르는 측으로 기울어야 한다”고 바라봤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
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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