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 요청안을 거부하면서 당정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다. 특히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이 연기되면서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한 대표 의대 증원 유예 제안에 대해 “한 대표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의료 개혁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항상 일관되어 있다”며 수용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27일 한 대표의 의대증원 유예안 검토 요청에 대해 거부했으며, 이에 한 대표는 한 총리의 거부 입장 표명 직후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대 증원 계획의 유예안을 대통령실에 제안한 배경으로 민심을 들었다. 한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당이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친한계로 평가되는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다소 갈등 상황처럼 보일지라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만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이든 대통령실이든 정부든 힘을 모아야 한다”며 한 대표의 주장에 힘을 보탰따.
당에서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한 대표가 정부의 기존 방침과 다르게 유예안을 제시한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의정 갈등이 심각한 사안으로 당내에서는 바라보고 있다”며 “정부와 당의 의견이 늘 100% 일치할 순 없는 게 아니냐. 한 대표가 결단을 내리고 유예안을 제시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 제안을 두고 당내 갈등이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다. 한 대표가 유예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직후 당초 30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전격적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28일 언론 공지를 통해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여당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가 대통령실에 “그러면 대통령실이 대안을 제시해 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당정 갈등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다른 당 관계자는 28일 쿠키뉴스에 “(당 지도부나 한 대표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엔 어렵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쿠키뉴스에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한 대표는 만찬이 연기된 것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며 “이미 (윤한 갈등이) 시작된 거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한 갈등은 정리하면 여론을 따르려는 측과 장기적인 국가 방향성이 옳다고 생각하는 측의 갈등”이라며 “이 문제는 개인 이익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을 따르는 측으로 기울어야 한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