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전 출범을 고대했지만 야당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주요 의료단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한발 뺐고, 의료계 역시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불참 의사를 전했다.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실상 출범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국민의힘이 우선해 정부와 야당, 의료계에 제시했다. 의대 증원 확대에 대한 이견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일단 대화의 장을 만들어 해법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정부는 대화의 장을 만들자는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내년도 의대 정원은 변경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야당과 의료계는 난색을 표했으며 결국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 상황과 관련해 저희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고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참여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전공의들을 1대1로 만나며 설득에도 나섰지만 의료계에서 아직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화답은 없는 상태다.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가능성이 있었지만 무산됐다. 의협 등 8개 의료단체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며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 문제 재논의와 전공의 수사 중단 등이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주요 의료단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9일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정부와 한 대표는) 의료계 설득에 실패해 추석 전 협의체 출범 자체가 불발됐다”며 “실질적인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법정 단체 중 하나인 의협이 참여를 거부하는 이유는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인 의대 정원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협은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수시 등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2026년 이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선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절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협의체 출범은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협의체는 한 대표의 아이디어다. 정부가 그 안을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또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협의체 출범이 어려울 거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