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연기됐던 윤한 회동이 열렸지만 ‘성과’ 없이 밥만 먹은 자리라는 냉혹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적 관심이 큰 김건희 여사 논란과 의대증원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일절 이뤄지지 않아서다. 힘을 모아야 할 정부여당의 미묘한 신경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정운영’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24일) 저녁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만찬을 진행했다. 만찬의 주된 의제는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였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만찬 회동 당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여야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 원전생태계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기대를 모았던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만찬에 자리한 김종혁 최고위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찬 도중 참석자들이 말할 기회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런 건 없었다”며 “그냥 윤 대통령이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추임새 비슷한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만찬에) 일찍 갔다. 뭔가 대화할 기회를 기다렸던 거 같다”며 “윤 대통령이 독대를 안한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일찍 와서 한 대표와 얘기를 하는 상황을 기대했던 거 같다. 그러나 (따로 대화하는 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가 초청된 자리에서 당의 수장인 한 대표가 단 한마디도 못했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 대표는 만찬이 종료되고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대통령 독대를 재요청했으나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 한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실에서 독대 관련 답변이 있었냐는 질문에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며 “대통령실에서도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으려는 생각은 나와 같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 대표는 만찬 회동에 앞서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해당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대통령실은 한 대표 측에서 ‘언론에 흘리기’를 했다면서 상당히 불쾌감을 내비쳤다.
당정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원활한 국정 운영은 더 어려워질 거란 관측이다. 현재 정부여당은 △의대증원 확대 △김 여사 논란 등에 대해 야당과 대립하고 있는데 당정이 힘을 모아도 아쉬운 상황에 미묘한 긴장감이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의대증원 확대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는 야당과 의료계의 반대로 아직 구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김 여사는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도 당정에 대한 부정 여론을 키우는 화약고와 같다.
기대를 모았던 윤한 만찬 회동에서 현안 논의가 없다는 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빈손 만찬’에 국민은 분노한다”며 “더는 정부가 위기를 외면하고 시급한 문제를 회피하는 모습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의료사태는 ‘의’자도 나오지 않았고 연금개혁은 ‘연’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럴 거면 왜 만났냐”며 “정부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과 직업윤리, 영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당정이 원팀이 돼도 무언가가 성사되기 어렵다”며 “국회 협치 이전에 대통령실과 여당이 의견 조율이 되지 않으면 (야당과의) 협상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국정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고 내다봤다.